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앙투안 콩파뇽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여덟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호평 만큼이나 높은 악명에 대하여, 여러 학자들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는 각자의 분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각각의 작가, 또는 교수, 또는 정신분석학자, 또는 영화인 등등은 각각:
앙투안 콩파뇽, 장 이브 타디에, 제롬 프리외르, 니콜라 그리말디, 줄리아 크리스테바, 라파엘 알토벤, 아드리앵 괴츠다.
(아, 이름도 참 프랑스 식이거든)

 

시간- 등장인물- 사교계- 사랑- 상상의 세계- 장소- 철학자들- 예술로 이어지는 테마는, 프루스트의 이 한 권의 책 아니 (실은 이 책은 매우 여러 권이니까), 이 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매만지고 있는지, 이 것을 읽은 사람들을 얼마나 지적으로 자극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게하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눈치 채게 한다.

 

그러나 여기서 다시 한번 확인하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동생 로베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관련한 주옥같은 코멘트.

"불행한 일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면 중병이 들거나 한쪽 다리가 부러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_9쪽

 

세상에나!
나는 이 소개의 글의 이 첫 줄을 우습게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피를 보았다고.

이 책에서도 저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프루스트의 책이 유명하다 한들 전편을 읽은 사람은 드물다고.


제1권을 산 사람의 오직 1/2 만이 제2권을 구입하고, 다시 그 절반만이 제3권을 구입한다는 일종의 '규칙'이 존재할 정도. (제3권까지 해낸 독자들은 끝까지 간다는 것이 포인트겠지만)

"어떤 장면에 대한 추억은 어떤 순간에 대한 후회일 뿐이다. <제1권: 스완의 집 쪽으로>" _44쪽

그리움으로 가득찬 이 글, 짦아서 이해가 간다.


세월의 덧없음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말하는 프루스트는, 곧이어 그 전에 겪은 어떤 자극의 반복을 통해서 시간여행을 하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한다. (소위 되찾은 시간이다.)

 

"어린 소녀들이 거기서 웃고 있어서 어떤 분위기가 기억났다. <제5권: 갇힌 여인>"

 

단 한 문장을 가지고도 많은 것을 분석해내는 이 여덟명의 자칭 타칭 프루스트 매니아 (또는 전문가)들은 한가지 씩의 테마로 접근하며 보다 명확한 해석과 읽기의 방향을 제시한다.
다만 해설의 끝에 해당 문장이 포함된 원문이 소개되면 나는 다시 모든 것을 잃는다.
이를테면 인물을 테마로 샤를뤼스 남작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그 달락의 끝, 원문에서는 단어와 단어 사이를 비집어 헤매고 다니며 긴 문장 속에서 길을 잃는다.

아아 난 틀렸어, 딱 한 문장과 그 문장의 해석- 거기까지가 나의 역량이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기다림의 소설이 아니라면, 어떻게 절망의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다림이 앞서지 않는 절망이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_147쪽

 

여기서 기다림의 소설이자 절망의 소설이라는 것은, 과연 프루스트 책의 화자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실은 독자의 이야기인가?- 독자의 기다림과 절망을 말한 것이 아니다,라고 누가 확언할 수 있단 말인가.

 

"프루스트 심리학의 기본적인 정리들 중 하나는, 사람은 사실상 자신이 소유하지 않ㅇ느 것만을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냉소적인 필연적 귀결에 따라,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려면, 그것을 소유하는 것으로 충분히다." _151쪽

 

나는 프루스트를 안 읽었고, 읽고 싶다.
그에 따르면 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것으로 더 이상 읽기 원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고 나는 세상에서 제일 긴 한 문장이 들어있다는 프루스트의 책이 무섭다.
그에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또 또 또 문장이 고쳐지고 덧붙고 했을, 그 인생역작을 남긴 작가가 무섭다.

 

나는 이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프루스트를 놓았다 쥐었다 했다.
아니 프루스가 나를 쥘 듯 말 듯했다.
...
아직 중병도 아니고 다리도 멀쩡하니 일단은 조금 더 미뤄 둬보기로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렇지만, 이미 읽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더듬는 손길'일 것임을 확신하고, 읽으려고 하는 이들에겐 무엇보다 단단한 지팡이가 되어 줄 것임을 확신한다.


내가 읽고자 결심한 날, 나는 이책을 한번 더 훑고나서야 비로소 프루스트를 산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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