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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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에는 별다른 안부 인사도 없이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 <우리가 보낸 순간>의 한 구절만 덩그러니 쓰여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다만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캠프힐에서 보낸 1년 동안 나는 매일 '어제의 나'와 이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_4쪽 (에필로그)

에세이

소형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탈직장을 꿈꾼다.

점심시간을 짬내 이직(후보)처에 면접을 보러 다니곤 했다. (여의치는 않았다.)

몇 번인가를 반복했다고도 했다.

 

"어쩌면 질문이 잘못된 건 아닐까. '어느 회사로 이직하고 싶으냐'가 아니라 '회사를 관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야 했던 건 아닐까. 그동안 나는 '퇴사는 곧 이직'이라는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었다. A와 B, C 출판사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 외네 다른 선택지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던 것이다. 한때는 간절히 원했지만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어떤 꿈들이 떠올랐다." _16쪽

 

문득 돌아보니, 이게 아니라고. 아니었다고.

이직이 아니었다고, 회사가 문제 였을지도 모른다고.

이직처가 아닌 다른 갈 곳을 고민하는 저자의 눈에 들어온 키워드: 캠프힐Camphill- 그러니까, 장애인 공동체.

 

우여곡절 끝에, 북아일랜드 캠프힐의 자원봉사를 떠난다.

자원봉사의 ㅈ도 모르지만, 장애의 ㅈ도 모르지만.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애써 숨겨온 속마음을 들킨 사람처럼 순간 당혹스러웠다. 그의 염려처럼 나는 이곳이 고단했던 서울살이를 위로해 줄 지상낙원이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실패와 거절로 점철된 멍든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_30쪽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오전의 소란을 되감아보았다.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진 날에는 꼭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는 고약한 취미가 있다. 실수한 것은 없는지 장면마다 일시정지를 눌러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순간 마음이 머쓱했다. 밉보이는 게 싫어 전전긍긍하는 내가 사람들 틈에 서 있었다. 평판을 신경쓰는 나, 듣기 좋은 말만 기대하는 나. 제대로 표현도 못 할 거면서 오해는 받고 싶지 않은 내가 안쓰러워, 결국엔 울고 말았다." _79쪽

"부끄럽게도 이곳에 오면 모든 고민거리가 자연히 해결될 줄 알았다. 대책 없는 긍정이었다. 혹은 그저 당장의 처지를 벗어나는데만 혈안이 되어 나 자신을 속여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는 마루야마 겐지의 따끔한 충고는 옳았다. 우리는 여전히 다음을 걱정하고 또 두려워하는 중이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예전보다 우리가 더 많은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_153쪽

 

장애 구성원을 돌보는 것 같지만, 실은 저자는 본인의 마음을 돌보고 있었나봐.

 

저자가 두고 간 한국의 직장인의 현실과, 북아일랜드의 자연속에 숨은 이상적이지만은 않은 또다른 현실.

캠프힐의 창립정신으로 부터 이어져온 이상과, 식사후엔 전원이 매달려서 설거지를 하는 현실.

그곳에 숨겨진 이상은 무엇일까.

코워커로서 함께 지내는 장애인을 챙겨야 하는 저자와, 한국에서의 생각의 관습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고통받는 저자.

여기에서 고통받는 나, 저기에서 고통받는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 영화 「인터스텔라(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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