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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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이든 동성애자든 여성이든 이제는 좀 순순히 만족할 때가 되었으며, 어쨌든 이미 그들에게 많은 것이 허용되지 않았느냐는, 신중한 척 하지만 분명한 비난도 있다.마치 평등에 상한선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 '완전한 평등이라고? 그건 너무 지나친 요구지! 그러면 그건 정말로...... 평등한 게 되잖아.'" _20쪽


차별과 혐오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독일인- 맞다, 그 제 2차 세계대전에 책임이 있는 그 국가의 소속, 유럽에서 특히나 미움받는.
저자는 성소수자- 맞다, 성소수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선호되지만은 않는.
손쉽게(?) 비선호, 또는 비주류쪽에 속할 수 있었기에 주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떻게든 사회적 동의하에 정의된다.
사랑, 희망, 걱정과 같이 증오와 혐오는 결국 정의되어진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오와 혐오는 어떻게 정의된 것인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구조적 문제로 파악해 가는 날카로운 시선이 여기에 있다.

'**는 **라서 **한 것이 틀림없어, 그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해.'라는 문장은, 개인을 주어로 놓지만 개인으로 인지하기보다 단체의 일원으로 놓고 그 위에 그 소속에 대한 선입견을 덧씌운다.
그렇게 한 사람은 손쉽게 애정의 대상으로 혹은 혐오의 대상으로 만든다.
그게 이렇게나 쉽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혐오와 증오는 개인적인 것도 우발적인 것도 아니다. 단순히 실수로 또는 궁지에 몰려서 자기도 모르게 분출하는 막연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다. 이것이 분출되려면 미리 정해진 양식이 필요하다. 모욕적인 언어표현, 사고와 분류에 사용되는 연상과 이미지들, 범주를 나누고 평가하는 인식틀이 미리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혐오와 증오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고 훈련되고 양성된다. 그것을 자발적이거나 개인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모든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감정들이 계속 양성되는 일에 기여하는 셈이다." _22쪽


누군가에게 또는 무언가에 대한 혐오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개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개인이 증오 목격의 충격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고 침묵하는 경우 (아마 대부분의 경우가 이 경우겠지), 그 사람은 그렇게 침묵하는 것으로 암묵적 동의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현재 사용되는 포용이나 배제의 메커니즘을, 즉 어떤 이야기와 어떤 구호로 사람들을 분류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소속되고 누구는 안 되는지, 누가 포함되고 누구는 배제되는지, 누구에게 권력이 주어지고 누구에게 인권이 주어지거나 부정되는지, 이는 말해지거나 말해지지 않은 장치들, 몸짓과 법률, 행정적 방침 또는 미학적 전제들, 영화롸 그림 들 속에 그 근거를 마련해둔다. 이를 통해 어떤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소속된 사람, 가치있는 사람으로, 또 어떤 사람들은 열등하고 적대적인 이방인으로 판별된다." _138쪽

 

"그러나 개입하지 않는 사람들,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동조적으로 용인하는 사람들 역시 증오를 가능하게 하고 확장한다. 어쩌면 폭력과 위험이라는 수단은 지지하지 않더라도, 분출된 증오가 향하는 대상을 혐오하고 경멸하는 이들이 은밀하게 묵인하지 않았다면, 증오는 결코 그렇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사회 전테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 자신은 증오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증오를 방조한다. 어쩌면 그저 관심이 없거나 나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참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_92쪽

 

"클라우스니츠의 증오는 단순히 주변화된 것만이 아니다. 그 증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묵인되었으며, 근거들을 갖추고 승인받으면서 사회 한가운데서부터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가진 권리가 적은 사람들의 권리를 사소하게나마 지속적으로 폄하하고 의문시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_93쪽

 

이 근거없고 형체없는 '혐오'에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은 결국, 침묵하고 있는 나인지도 모른다.
성소수자, 외국인노동자, 블루칼라노동자, 노동조합원, 편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인, 여자, 미성년자, 노인.... 내 주변만 해도 수많은 단위의 인지그룹이 있다는 것을 안다.
소수파 다수파로 (very likely) 발언권을 포함한 권력의 무게가 치중되는 것도 알겠다.
가끔은 다수에 있기도, 소수에 있기도 했지만 나는 소리를 내어 말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그리고 두렵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이 시詩를 떠올렸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뉘밀러(추정)의 詩

 

"마음속으로 나는 모든 사람이, 비록 자신에게 해당하지 않는 일이라도 부당한 일이 있으면 그 사실을 의식하기 바란다. 모욕과 멸시를 당하는 희생자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런 모욕은 당연히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대가 품는 도덕적 기대, 아니면 좀 더 부드럽게 말해서 내가 속한 사회에 대한 신뢰다. 그런 점에서 다른 누군가가 개입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을 때는 몹시 실망스럽다." _122쪽

 

순수라는 것을 강조할 수록, 아니 한 조직의 순수성과 originality를 강조하는 것으로, 그 사회는 내부적으로 보수성을 강화하고 외부에 대한 배타성에 힘을 싣는다.
'우리'의 순수성을 믿어야 하는가?
다양한 '개인'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나 위험한 일인가?
결국 '우리'라는 조직은 개개인의 합이 아닌가?

 

"'우리'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때 생겨나고, 사람들이 분열할 때 사라진다. 증오에 저항하는 것, '우리'안에 한데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용기 있고 건설적이면 온화한 형태의 권력일 것이다." _250쪽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여섯 명의 남자가 지나가도록 숨어만 있던 남자의 앞에 나타난) 한 여자가 희생되었다: 경찰의 조사 결과, 혐오 범죄는 아니라고 했다.
오피스텔에서 혼자 왁싱샵을 운영하던 여자가 (주소와 여자 혼자 일한다는 정보를 들고 찾아간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주장을 들고나온 시위대 기사에, 여자는 여자여서가 아니라 단지 약한 존재여서 범죄의 타겟이 쉽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여자가 쓴 댓글을 봤다.
영화감독이던가 하는 게이 커플의 선언적인 결혼식이 있었다는 (한국에서는 아직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사가 있었다: 혐오하는 건 아니지만 단지 내 주변엔 없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있었다.


'혐오'라는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나 혐오스러운 일인가.
그렇게 (혐오를) 묵인하는 것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스스로가 혐오스러운 것일까, 혐오를 혐오하는 것인가.

 

"개인들을 단지 한 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으로만 보는 잘못된 일반화도 해부해 분석하고, 그럼으로써 다시 개별적인 사람들과 그들의 행동들이 낱낱이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누구는 배제하고 누구는 포함시키는 암호와 신호도 전복하고 바꾸어야 한다." _244쪽

 

띠지의 문구를 다시 한번 소리내어 읽는다: 누군가를 '극혐'해도 될 권리는 없다!

 

"모든 정의는 말言과 함께 시작되지만, 모든 말이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 자크 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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