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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인생에서 중요한 잠언들이 으레 그렇듯이 참으로 모순적이다. 뒤처질까 봐 온몸에 힘을 주면 줄수록 숨이 가빠지고 결국 가라앉는 걸 여러 번 겪은 나로서는 공감도 되지만 여전히 힘 빼기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힘을 빼고 물에 아를 내맡긴 채 나아갈 걸. 딛고 선 땅이 없어도 두려움을 이기고 나를 믿는 것. 수영의 도를 깨치면 인생에도 도가 틀 것만 같다. 하루하루 사는 게 문득 너무 힘들게만 느껴진다면 우리 집의 가훈을 한번 되새겨보길 권한다 '만다꼬?'" _10쪽
우리 아빠가 자주 하던 말 '설렁설렁 해', 쉽지만 어려운 말이다.
작가 슬래쉬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집에서는 '만다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만다꼬 그래 쌔빠지게 해쌌노?', '만다꼬 그 돈 주고 샀노?' '우리 회사를 세계 1위 회사로 만듭시다! 만다꼬?'
두번 세번 들어도 웃기는 말이고, 기운빠지게 하는 '마력'이 있는 말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 끝에 되돌아 오는 말이 설렁설렁해, 라던가 만다꼬 라는 말이라던가.
"힘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줄 힘이 처음부터 없으면 모를까. 힘을 줄 수 있는데 그 힘을 빼는 건 말이다. 친구 하나는 "병원 가서 엉덩이에 주사 맞을 때 말야, 간호사가 '엉덩이 힘 빼세요'하면 엉덩이에 힘을 빼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더 힘이 들어가버린다구"라고 말했다. 쓰고 보니 이 말은 그다지 적절한 예시 같지는 않다." _44쪽
""이렇게 바쁜 와중에 각본을 그렇게 잘 쓰시는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그의 대답이 내겐 충격이었다. "일단 잘 쓰고 싶지 않고요..." 잘 쓰고 싶지 않다니? 그게 바로 그의 작품들이 갖는 신기함의 원천인지도 몰랐다. '잘 하려고 한다'는 게 뭔가? 기존에 정해진 '잘함'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추어 높은 성취를 이끌어 내기 위해 힘쓰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힘을 빼버릴 때 '잘함'의 기준을 전복하는 전혀 새로운 매력이 생겨나기도 한다." _46쪽
설렁설렁하라는 말이, 이렇게나 어려운 거다.
되려 쉬엄쉬엄하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압박이 될지도.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휴식이 필요하고, slow down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떤 슬픔이 어떤 기쁨을 불러올지, 어떤 우연이 또 다른 우연으로 이어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있는 건 그저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엔 모든 게 고맙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_79쪽
So let the things happen and be happy with them.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너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새삼.
아마 점점 절망만 하게 되겠지- 아무리 해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대해서, 쏟아 부은 노력과 시간에 대해서.
새삼 우리는 현실에 절망하고, 노력에도 무심한 세상에 절망하고.
그러니 조금 힘을 빼자, 어차피! 라고 조금은 마음 가볍게 생각하자,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자.
"비관적인 서퍼는 없다. 파도는 몰려오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큰 파도가 칠 때도 있고, 잔물결만 일 때도 있다. 오늘 좋은 파도가 없었디 해서 절망에 빠지고 우울해하는 서퍼가 있을까? 파도는, 계속 칠 것이다. 거기에 확신이 있다. 그리고 확신에서, 낙관이 비롯된다." _237쪽
가훈으로부터 시작하는 힘 빼는, 아니 힘 빼자는 이야기들.
일상도 사람도 여행의 이야기도 있는, 그야말로 이것저것의 글들.
미래의 독자 또는 실제의 수신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편지도 있고, 그냥 하루의 일기도 있고, 잡지 쯤엔가 오피니언으로 실릴 만한 글도 있고.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의 조각들과 관찰의 기록들이 반짝반짝하다.
언젠가, 이전 책 #내가정말좋아하는농담 을 꺼내 놓은 작가와의 만남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꾸밈없고 여유로운 그렇게나 힘 뺀 느낌이 인상깊었더랬다.
무기력한 그런 힘 없는게 아니라, 부러 한 두 발짝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시선.
카피라이터라는 치열하기 그지없는 직업을 가지고서도 일상에서 그렇게 힘 빼고 살기가 쉽던가.
(작가의 글 대로, '잘 하지 않으려고' 해서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무실에 앉아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숫자를 보는 나는, 글자들로 눈을 돌려 오늘도 한 숨 돌린다. (요샌 운동을 못해서 못해지니 슬프다.)
확실히! 힘 빼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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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