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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암흑. 시몽의 심장이 모르는 사람의 육체 안에서 다시 뛰기 시작하면 쥘리에트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심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모든 것들, 이 세상에서 첫날을 맞은 뒤로 서서히 켜를 지었을 감정들, 혹은 흥분이 솟구치거나 분노가 폭발하며 여기저기로 튀었을 감정들, 우정, 그리고 미움과 원한, 격정, 진중하고 다감한 성향은 어떻게 되는 걸까? 파도가 다가올 때면 그의 심장을 세차게 파고들던 그 짜릿함은 어떻게 되는 걸까?" _244쪽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그 인간의 심장, 태어난 순간부터 활기차게 뛰기 시작해서 그 일을 반기며 지켜보던 다른 심장들도 덩달아 빨리 뛰던 그 순간 이래로 그 심장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것처럼 튀어 오르고 울렁대서 벅차오르고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거나 돌처럼 짓누르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녹아내리게 만들었는지(사랑),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스무 살 난 육신의 블랙박스, 그것이 무엇을 걸러 내고 기록하고 쟁여 뒀는지, 정확히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초음파가 만들어 내는 연속적 이미지만이 그 울림을 되돌려 주고, 그것을 부풀게 하는 기쁨과 그것을 옥죄어 드는 슬픔을 보여 줄 수 있으리라." _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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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와 장기 기증이라는 무거운 주제의 소설.
한겨울 새벽에 서핑을 할 만큼 열정적인 세 청년.
어느 새벽 파도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고 그 중 한 청년이 뇌사상태에 빠진다.
주인공 시몽이 눈을 뜬 그 새벽부터 신체의 죽음을 맞는 만 하루, 그 24시간에 여러 심박이 맞물려 빡빡하게 들어찬다.
심장이 뛰는 선홍색의 아들의 몸을 두고도 '사망' 선고를 듣게 되는 부보.
거기에 장기기증에 대한 결정을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야 하는 부모.
함께 벤을 타고 있던 (당사자가 될 수 있었던 그) 친구들의 부모들.
남겨진 여자친구.
뇌사의 선언,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과 절차를 법적의무로 행해야 하는 소생의학과 의사와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그 죽음의 결과적 수혜자가 될 이식 수증 대상자.
이식에 대해 고맙다고 말 할 기회가 앞으로도 없을 이식 수혜자.
그리고 뇌사자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경건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시스템과 사람들.
무겁고 심각하고 뻔해 보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심리 서술을 포함한 '삶과 죽음과 그 이후'의 묘사는 어떤 영웅의 서사시를 연상시키는 듯 하다.
(한 문장이 아주 구구절절하고 길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걸지도.)
아주 잘 읽었다.
아주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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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기능의 정지를 죽음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1959년 이후, 현재 법률로 뇌사를 인정하는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
뇌사자의 장기기증과 관련해서도 많은 법령과 시스템이 존재한다.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하지 않았다면 암묵적 동의로 본다', '뇌사자의 가족 등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령 등과 전문 장기 이식 코디네이팅 시스템 등 이 한권에서 읽히는 것만해도 상당하다.
대한민국에서는 2000년 2월 '장기등이식에 관한 법률'의 시행 이후 뇌사(腦死)가 사망판정방법으로서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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