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시픈 당신에게 - 늦깎이 한글학교 어르신들이 마음으로 쓴 시와 산문 89편
강광자 외 86명 글.그림 / 한빛비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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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자외86명 #보고시픈당신에게 #보고_시픈_당신에게 


"이 책의 모든 글자는 '꽃'이다. 뒤늦게 깨우쳐 터득하게 된 한 글자 한 글자는 예사 글자가 아니다. '마누라'가 아닌 '마느라'는 순진하고 애달프다." _이상교, 아동문학가 (추천의 글)

월요일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며 책 읽다가 대성통곡하던 사람, 나.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늦게 배우신 한글임에도 굉장한 글솜씨를 뽐내시는 어르신들.

(사실은 뽐나는 것은 글솜씨가 아니라 마음씨이고 배움의 기쁨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미치 출처: 한빛비즈 홈페이지]

"글을 배우고 편지를 씁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_133쪽 (백금숙, <당신에게>)


'참' 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글자인지 이 글을 읽기 전엔 미처 몰랐다.

몇 번이고 혀 끝에서 되뇌어 본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당신 참 고맙습니다.

#백금숙 #당신에게



"돌아서서 눈물을 흘려야 했고 글자를 몰라서 그런다고 말 할 수도 없고 그는 내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사람 이름 난 지금도 기억을 하고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난다." _60쪽 (권양자, <잊을 수 없는 지난날>


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으셔서, 그 때 그 편지에 답장 한 번 해 줄 수가 없으셔서 매일매일이 힘들었다는 이 이야기를 글자들로 남기고 싶으셔서- 그렇게 글을 배우셨나보다.

그 청년의 이름이 아직도 기억이 나고, 그 설렘이 잊히지 않고, 그 마음이 자꾸만 떠올라서.

...글을 배워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답장을 해 주고 싶어서.

#권양자 #잊을수없는지난날 #잊을_수_없는_지난날


진짜로, 쓰고 싶은 얘기들이 이렇게나 많으셨는데 이 긴긴 세월 어찌 참고 사셨을꼬 싶어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한글을 읽고 쓰는 기쁨, 세월에의 회한,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의 그리움, 며늘이에의 사과, 젋은 때의 추억...

모든 것들이 삐뚤빼뚤하게 그렇지만 정직하고 곧고 맑게 적여있었다.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책의 장수가 부족한 지경이다. 

여든 여섯 분의 어르신들의 일기장을, 시집을, 편지를 함께 읽고는 그 전부터 글자를 쓰던 나는 어떻게 해야 덜 부끄러울 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어떤 글자들을 어디에 남겨야 할 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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