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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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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혜란 #오승민 #503호열차 #샘터
첫 문장부터 어디론가 실려가는 사람들에 마음이 무겁다.
동화인데도 왜 이렇게 무거운지.
어두운 뒤켠에는 어두운 역사가 앉아있다.
일제강점기라는 짙은 어둠의 역사로, ‘우리’는 일본에 중국에 구소련에 미국에 어디로든 흩어져야 했고 삶의 ‘본거지’랄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후,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간으로 우리는 어디가에 정착을 하고 경작을 하고 삶을 일구었다고 한다, 그들이 풀뿌리 째 잡아 뽑기 전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 죽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추워 죽고, 배고파 죽고, 아파 죽고, 슬퍼 죽고, 답답해 죽고, 두려워 죽고....... 내일 죽느냐 모레 죽느냐만 다를 뿐입니다." _69쪽
연해주 고려인들의 강제이주를 그리고 쓴 이 ‘동화책’은 예쁜 색의 그림들로 할머니를 이웃집 소년아이를 죽인다.
먼 길을 가야만 했던, 뿌리째 뽑힌 그들은 ‘그 열차’ 안에서 그들의 땅을 또다시 잃고 가족을 빼앗긴다.
그렇지만, 씨앗 봉지를 보물처럼 소중하게 챙겨 온 할머니를 잊지 않는다.
소년아이의 동생도 열차 안에서 태어나고.
결국 극한 상황에서도 결국은 적응과 생존과 삶의 씨앗을 뿌려야만 사는 것이다.
동화라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살아야 해서 그런 것이다.
허허벌판에도 씨앗을 뿌려야 한다.
“삼촌은 가방 깊숙이 넣어 둔 씨앗 봉지를 할머니처럼 자꾸 손으로 더듬어 봅니다. '따뜻한 땅'에 도착하면 뿌릴 씨앗이지요. 거기가 어디고 왜 가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서 있는 땅에 이 씨앗을 활활 뿌릴 거예요. 그러면 땅의 젖을 다 먹고 와삭와삭 자라나겠지요. 온 천지가 우거덕 우거덕 파도칠 거예요. 그러면 우리 아빠가 소망하던 자유의 땅, 율이네 할아버지가 꿈꾼 율도국이 될 거예요.“ _79쪽
'여러 나라로 흩어진 수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글쓴이의 말처럼 '기억과 그리움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슬픔이 아픔이 절절하게 흘러넘친다.
열차에도 생명이 나타나며 사라진다.
아프고 슬픈 역사도 결국은 결국에는 역사가 된다.
동화다, 슬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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