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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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박사인 저자의 창고에 어느 날 뿅 하고 나타난 나비와 인간의 관계맺기에 대한 이야기.
저자는 부담스러워하다가 부담스러워하다가 부담스러워하다가는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고 마는데... (두둥!)

"고양이는 이와 달리 의지가 강철 같고 어찌 보면 목적의식이 확고하면서도 오히려 유연하다. 대결은 전혀 없었지만 결국 고양이는 바라던 것을 언제나 얻게 마련이었다." _10쪽

고양이는 바라는 것을 투쟁없이 얻고, 바라는 것을 소리치지 않고 획득하며, 데모없이 필요한 것을 받아낸다.
고양이가 (먹을 것과 쉴 곳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이미 박사는 주게 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을 터.

“날이 갈수록 우리는 그 작은 녀석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조금 놀랍게도 ”고양이 어디갔어?“는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문구가 됐다. 언제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고양이 주인이 됐다.” _19쪽

“고양이는 멋대로 행복하면서도 일관성이 있으며 자유로이 선택한다. 그리고 아무런 타당한 이유는 없지만, 우리가 선택받아 조금은 뿌듯하다.” _72쪽

입양(혹은 '간택')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다이나믹하기가 진중권씨 트위터 뺨친다.
('진중권 트위터 루비'를 검색해보시라: 단순한 냥줍인 줄로만 알았더니 간택이었던, 진중권씨의 멘붕과 패닉과 순응과 적응과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다)

“<어쨌더나 아직 한 가지 이름이 더 남아 있으니,/ 당신은 상상도 못 할 이름,/ 인간이 아무리 연구한들 찾아내 수 없는 그런 이름/ 고양이 혼자만 알고 있을 뿐,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이름/ 고양이가 심오한 명상에 잠겨 있는 걸 발견하신다면,/ 그것은 늘 같은 이유/ 바로 깊은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 T.S 엘리엇 《고양이 이름 짓기》” _103쪽

이집에 온 고양이가 불리는 이름은 나비.
고양이의 '고양이 이름'은 말해주지 않았어도 인간이 부르기로 결정한 이름은 나비.
개와는 다르게 어쩐지 고양이는 심오한 것 같은 동물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T.S 엘리엇도, 이 책의 박사님도,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낌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 같다.

심오하고, '생각있고', 자유분방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나비는 언제나 그렇듯 인간이 알거나 모르거나 스스로의 꿈을 꾼다.
(인간) 심리학 박사는 고양이를 한참을 쳐다본다, 애정한다, 그리고 알고싶어 한다.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는 둘 다 서로 꽤나 동등한 입장에서 지내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둘 다 각자 성향의 포로이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관계라는 형태를 만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_85쪽

“나비는 우리가 그 많은 시간 동안 함께 쌓아온 유대감에 관심이 있기는 할까? 아니면 그냥 먹을 것과 머리 위의 지붕에만 관심이 있는 걸까? 제 입장에서는 아무 노력 없이 받아먹는 맛있는 음식, ‘냥모나이트’가 되어 몸을 돌돌 말고 잠잘 폭신한 안락의자와 침대가 있는 곳이니 말이다. 나비는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딱히 생각할 것도 없이 솔직 담백하게 누릴 뿐이다.” _149쪽

인간의 욕심이란 건 끝이 없어서 애정하는 것을 더 알고 싶어한다.
그러다가는 (그 어려움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나비의 가출(외출이었겠지만)을 겪고, 한차례 더 성숙해지는 집사의 마음.

문짝에 고양이용 문짝을 설치하는 것으로 조금씩 더 서로에게 양보하고, 그들의 우정은 (나비는 정작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날로 두터워진다.
나비는 여전히 외출을 하고, 돌아오고 한다.
밖에서 바람을 쏘이고 뭔가 (장난감으로 쓸 만한 쥐라든지 쥐, 쥐같은 것들. 가끔은 새) 가지고 들어오기도 하고... 자유를 누린다.
그리고 여전히 안전하고 따뜻한 잠잘 곳과 안정적인 수급이 있는 먹을 것을 누린다.
(나비의 인생, 부럽...)

“나는 그런 삶의 태도를 존중한다. 나비는 이왕이면 나은 것을 망설임 없이 고르지만 다른 한편으로 딱히 더 나은 게 없다면 꽤 비참한 상황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부지런함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하겠지만 이런저런 시련을 어떻게 견디는지는 녀석에게 배울 수 있겠다 싶다. 그게 바로 내가 갖출 덕목이다.” _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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