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가 사라졌다
엠마 힐리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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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으면그래서 나중에는 내가 나를 잃게 되면나를 나로 있게 하는 것들조차 잊고 나면그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겪어보지 않은 젊은 친구가 적은 글이라는 데이렇게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마음 아리게 하다니.

나를 잃을 때까지 사실은 살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지만혹시라도 계획과 달리(?) 그렇게 된다면... 가장 나중에 잊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나는.

 

내가 기억하기에 내 어린 시절 마을은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선명한 빛깔을 띠고 있었다짙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향해 뻗은 암녹색 소나무들특유의 새빨간 벽돌집과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땅을 온통 뒤덮어 발에 밟히던 오렌지색 솔잎이 기억난다지금도 하늘은 가끔 파란색이고 대부분의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나무들은 여전히 솔잎을 떨어뜨리지만요즘은 빛깔이 바랜 것 같다그래선지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 사는 기분이다.” _17

 

늙어감에 대한 묘사가망막에 맺히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색채감이 흐려지는 것에 대한 그림들이 어쩐지 슬프다.

젊어서 갑작스럽게 병을 얻는 것 보다늙어가는 것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어쩐지 나는 더 슬프다.

영화 <스틸 앨리스>를 봤을 때가 더 슬펐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보다 더.

 

“‘미친 여자가 그랬어.’/ ‘미친 여자요누구 말씀하시는 거죠?’/ ‘그 새들을 싫어했지수키 언니가염색된 날개랑 유리 눈알 때문에언젠가는 그놈들이 밖으로 튀어나와서 언니를 쪼아댈 거야언니는 그렇게 생각했어나는 다른 게 더 무섭더라고집에 물건이 워낙 많으니까 언니가 거기에 걸려 넘어져서 머리라도 깨질까 봐.’” _419

 

잃어버리고 있는 지금실종된 친구사라진 언니에 대한 기억들이 뒤섞인 채로 잊혀졌다가는 또다시 문득 튀어나오고 하는 이야기가 은근 스릴.

결국기억의 조각들이 이어지고 서로에게 힌트가 되고 과거와 현재가 아슬한 곡예를 하는 것만 같다.

주머니에 넣은정원에 흩날리는 쪽지들로 연결되는 현재들이 제일 버거워 보이기도 하고.

 

엘리자베스는 둘째로 놓고라도언니의 실종에 분명 어느 정도의 뭔가가 있는 것만 같은데결국 그 부분은 기억을 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다 읽고도 소설의 스릴을 끝나지 않는다.

비밀은 뭘까사람은 뭘까.

정말 잊고 싶은 것은 뭐였어모드.

기억하지 않은 부분이 뭐야수키 언니의 실종에 대해 진짜로 말해주지 않은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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