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고집스럽게 살아온 인생일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살아왔다면 굽혀질 수 있으니. 너무 고집부리지 말고, 너무 나만 바라보지 말고.

 

프랑스식 개그가 어우러진, 실은 우리네 이야기. 영화 <마카담 이야기>와 비교가 되는 장면들도 짬짬하니 등장- 이를테면 닫힌 듯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 주거 단지와 같은 이미지-해서 실은 읽고 있지만 보고 있는 이미지로 쉽게 재구성 되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면, 확실히 사람이 달라지나 보다. 나이 들어서는 바뀌지 않아, 라는 말은 아마 어느 정도의 선이 있는 듯. 그 선을 넘어서까지 나이가 들면 변할 수 있다는 느낌, 아마.

젊을 때는, 가족이 있었을 때는, 나를 지켜야 하고 가족을 지켜야 하고 했으므로 고집으로 버텨야만 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에 되려 모두에게 상실이었다고 시간이 결정지은 남자의 이야기. 아내는 떠나고, 딸은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고, 손주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고, (유일한 조건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강아지를 잃고. 그야말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비로소 지킬 수 있는 것이 나타났다.

 

"한번은 꿈을 꾸었는데, 잠에서 깨어나니 네가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네가 그토록 좋아하며 바라보던 들오리들이 있는 호숫가로 산책을 나갔지. 나는 많이 생각해보았어. 나는 네가 없는 이 삶을 원하지 않아. 나는 더 이상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 나는 내 천박한 이웃 여자들이 가식적으로 나를 동정하는 시선과 부딪치고 싶지 않아." _33

 

모든 것에 시니컬한 꼬장꼬장한 할아버지가 되어, 흡연자인 체하고 공중도덕따위는 무시하는 체 하며 주변의 대부분의 것들을 괴롭히는 것이 여생의 유일한 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
미안합니다, 브룅 선생님, 그러면 오늘 커트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조용히요......"" _59


"
페르디낭은 화도 나지 않는다. 그는 지쳐서 체념한 상태다. 그것 또한 그가 이 지

구의 잉여적 존재라는 표시, 그의 삶은 거대한 농담일 뿐이라는 표시다." _61

 

새로 이사 온 윗집 아이를 만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할 계기와 용기를 얻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 딸이 내민 손을 더 이상 밀치지 않고, 손주의 손을 부여잡아 줄 수 있는 용기를 결국은 보이는 할아버지. 꼬장꼬장 했던 모습들이 우리네 할아버지의 이야기라, 웃기고도 씁쓸했던 이야기.

 

나이가 들었다고 변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충분히 나이 들지 않았거나, 충분한 계기를 만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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