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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가끔은 뻔하고 달달한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일부러 나를 끌어 둔다.
숫자와 계산과 필수와 성과하는 대낮에는 읽히지 않을 책, 읽지 않을 책을 일부러 고른다..
아침엔 아무래도 읽혀지지 않던 책이, 새벽이 되어 마구 읽힌다.
아침과 밤,의 온도차. 해가 뜬 낮들과 주말의 밤은 아무래도 손가락의, 그리고 마음의 온도차가 있더라.
소설 <제3의 사랑>
내가 골라 읽은 거라고는 상상도 못할- 아 그리고 솔직해지자면 내가 고른게 아닌 쪽에 속하기는 한다.- 사랑 이야기.
빤하다면 빤하고, 흔해빠졌으며, 통속적인... 그러니까나의 지난 '시간'들이 그랬던 것 처럼. 그러니까 우리의 시간들이 늘 그랬었던 그런 사랑.
한없이 오글대는 주인공들의 인물과 외모와 직업과 집안과 성격과 상황의 등장.
(영화화 된다는 데, 남자 주인공이 송승헌 씨 라니, 이 얼마나 어울리는 캐스팅인가! 궁금하면 글자로 우선 송승헌 씨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맑고 투명한 눈빛이 멀리서 쏟아져들아와 일순간 내 심장을 가득 채웠다. 단 1초 만에 나는 눈을 돌려 그를 피했다. 그러곤 다른 사람에 가려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_125쪽
아 오글. 이래서 밝은 대낮엔 진도가 안나가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 밤엔 다 읽힌 책.
내가 사랑에 (아니, 실은 뭐가 되었든) 목매고 죽자사자 집착부릴 기회가 아직 남아있으려나, 한 밤에 문득 잠에서 깨서는 이불을 발로 찰 만한 그런 설렘을 아직 느낄 수 있으려나, 라고 걱정이 되는 밤에는 한번 쯤 읽기에 나쁘지 않다.
주의사항은, 읽다가 덩달아 부끄러워 질 수 있음.
그 어떤 이야기가 되었든 결국은 사랑 이야기-
우리가 타인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 (아, 중국소설 원작인데 한국드라마에 대한 언급이 두어번 나온다. 아마도 작가가 한국 드라마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리라.)
단 한번이라도 영원을 속삭여 보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진심이 아니었을 이가 있었을까.
(나도 너도 서로에게 영원을 말했었는데 말야. 현실이 이러저러 했어, 그치?)
"제3자가 보기에는 그저 볼썽사나운 해프닝 정도겠지만, 두 당사자에게는 이보다 더 심각할 수 없는 문제였다. 진심으로 사랑해서 영원을 맹세했던 시간들이었을 텐데." _271쪽
"그녀를 향한 사랑 고백을 다른 사람에게 할 수고 있다. 그것 또한 흔한 일이가.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지만 그런 미래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 또한 흔한 일이다. " _503쪽 (작가 후기)
나는 가끔은 뻔하고 달달한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일부러 나를 끌어 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전 남자친구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