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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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곳에 안 가도 되니까 그냥 좀 걷자." _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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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해변을 걷고 있는 듯한 여자가 혼자 서있다.
아니, 표지를 펴면 해변을 걷고 있는 듯한 두 여자가 혼자 혼자 서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그 장면의 캡쳐인데, 이 장면이 이 책의 많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유미코와 카에데는 서로의 옆집에 산다.
유미코는 별거 중인 남편- 전처 사이에의 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과 이혼을 원한다.
그렇지만 남편의 소재지가 현재 불분명하다.
애인이 자주 바뀌는 것 같아 보이는 카에데는- 실은 떠난다는 남자를 붙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사장의 추근댐이 견디기 힘들어 일을 그만둔다.
애인도 없고 직업도 없다.
시간이 있고 일이 없는 그 둘의 타이밍이 딱 맞았을 때, 낯설고 작은 섬으로부터 유미코 남편의 목격담이 들려오고 둘은 여행 겸 함께 떠나게 된다.
섬의 사람들은 이상하게 방어적이고, 남편의 사촌이라는 집주인은 호전적이고 불편하며, 카에데는 전 사장의 스토킹에 시달리면서 한편으로는 사기도 당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는 현실도피 중이던 남편을 찾아 이혼 서류에 서명을 받는다.

 

여자의 곁을 지키며 함께 걸어 줄 '동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소위 '연대'라고 불리는.
유미코는 카에데의 퇴사 기념으로 튀김요리를 해 먹인다.
유미코의 남편을 찾기 위해 섬으로 가는 여정에 카에데는 여행 가방을 함께 싼다.

 

반면 카에데의 직장동료들은 상대 좀 해주면 어떻냐의 반응이었고 이는 카에데의 자기검열 기제를 건들기도 한다.
페미니즘적 성장 소설의 분위기가 풍기기도.

 

"요코지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혹시 내가 그럴 마음이 들게했나 싶을 정도였다. 건드려도 될 것 같다고 착각하게 했나? 혹시 나한테도 책임이 있나?" _90쪽

 

"'여자애'라고 불리는 것이 싫었다. 내가 십대라면 그렇게 불려도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껄끄러웠다. 여자애라는 단어에서 어엿한 인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뉘앙스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여자는 귀여워하고 예뻐해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라면 지친다." _153쪽

 

끈끈한 연대란 불같은 것이 아닐 것 같다, 도리어 보온병 안의 따뜻한 물, 아니 그냥 바닷물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쌀쌀맞아야(?) 하는 관계(우정/사랑/연대)가 오래가는 이치로, 너무 딱 붙어있지는 않게.

 

"아마 어디를 가든 우리는 서로에게 친근하게 달라붙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외톨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부든 친구든 같이 있다고 '둘'이라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지 않는다. 그저 외톨이와 외톨이일 뿐이다." _250쪽

 

책에 외톨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개별적 인간에의 존중, 독립적인 자아로의 존재, 이런 개인의 모습을 새삼 떠올리면서도 한 외톨이 옆에서 함께 보폭을 맞춰 걷는 다른 외톨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를 생각한다.
우리는 어차피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는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사람들은 그리고 여자들은 비슷하게 또 다르게 겪는다.

 

"얘, 유미코. 어른이 되어도 세상은 네 맘대로 되지 않아. 자유로워지지도 않아. 어른이 되어도 사람들은 온갖 참견을 할 거야. 그래도 최소한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준비할 순 있어. 왕자님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자기 발로 걸어갈 수 있아. 괜찮다고 말하지 않겠다. 그런 무책임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 부디 살아주렴. 진심으로 바랐다." _231쪽

 

온기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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