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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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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 강연 천재, 인문학적 뇌섹남- 조승연 작가가 돌아왔다.
책이 뭐가 되었든, 주제가 뭐든, 일단 손에 넣는다- 믿고 읽는 조승연 작가!
전작 『플루언트』에 비해 확연히 얇은 두께감과 무게감에 확실이 (마음의 부담도 좀 적게) 빠르게 읽어냈다.
그래서, 이 책이 뭐냐고? 단 한 줄로 말하자면 프랑스식 소확행에 대한 인문학 에세이.
#조승연 #시크하다 #시크_하다 #와이즈베리
"최소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였다. 그야말로 시크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 남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이기주의적 주관' 또는 '쌀쌀한 행복'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_7쪽 (서문)
서문에서 밝히는 저자의 저작 의도, 실로 이게 전부인데 은근 생각거리가 많다.
작가가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만나고 겪었던 프랑스인과 그 생활에서 프랑스인의 소확행법(?)을 읽어내며 파트별로 한국(정서)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총 8개의 파트로 구성, 프랑스인 종특(?)에 대한 논의를 하며 한국정서와 비교하기도, 묻기도 한다.
그 중 몇 개 파트를 자세히 보자면...
<편안함에 관한 새로운 관점>에서는 가지고 있는 것을 고쳐쓰고, 물려받아 쓰고, 손때 뭍혀 쓰고, 오래된 건물에 사는 것을 부심으로 삼고, 아버지와 같은 모델의 (즉, 익숙한) 차량을 구입하는 등 '예측가능한', '계획된', '새롭지 않은', '완전히 익숙한', '온전히 계획된'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민족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_25쪽).
프랑스인의 인생관은 <메멘토 모리>, 즉 살면서도 죽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살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 즉 감정들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나하나가 삶의 증거이기에 소중하다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죽음을 화제로 삼는 것을 정서적/정신적으로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며 거절하지도 않는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것이 삶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 이유가 없다." _49쪽
<'차가운 우정'의 따뜻함>은 아마 나도 일부의 친구들에게 주고 있고 받고 있는것.
(그들과 나는 자주 연락하지도 않지만 어제 만났던 것처럼 익숙함을 연장하고 즐거움을 유난하거나 과장하지 않는. 나는 그들이 '진짜'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의 이름을 들고 온다면 난 그게 누가 되었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집에서 재워줄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속담에 '정확한 계산이 좋은 친구를 만든다 Bon compte fait bon ami'라는 말이 있다. 서로 간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관계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상대편이 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고 살가운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오히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프랑스 사람드이 가지고 있는 '차가운 우정'의 뿌리가 아닌가 싶다." _102쪽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모든 일들에게 프랑스인의 시크함을 진정으로 권하고 싶다.
(그게 안되면 여름씨의 시크함 정도라도)
<가족, 혼돈과 질서 사이> 파트에서는 프랑스식의 연애, 가족, 결혼(제도), 애정,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내가 받아들이기에 가장 낯선(?) 문화였던거 같다.
하기사 프랑스 대통령(들)의 연애 이야기(들)을 주워들으며 뭔가 이상하가 싶기는 했는데.
결혼제도와 가족의 형태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진취적인 태도가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건강한 출산율 자랑하는 나라로 만든것이 아닐까 한다.
결혼은 두 가문의 결합(?!)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받아들여지는 대한민국에서 프랑스식으로 '이기주의적'이고 진취적인 행태들이 얼마나 받아들여질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권을 고려한다면 이런 생활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반드시 고려 대상에 넣을 것은 분명하다.
(여러분, 이렇게나 책이 위험한 겁니다...)
바캉스 시기에는 업무보기 참 힘든 나라로 악명(?)높은 프랑스, <성공할 것인가, 즐겁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을 명확히 갖고 가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격하게 동의할 수는 없다, 돈은 나를 돈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프랑스인이 돈을 벌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노동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영국인은 프랑스인에 대해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년을 산다'라고 말하곤 한다." _189쪽
...
(처음에 언급했듯) 빠르게 읽힌다.
그렇지만 빠르게 읽힌다는 뜻이 내용이 가볍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순식간에 읽고도 마음에 울림이 자꾸만 돌아오는, 나는/ 우리는/ 그들은/ 그러니까 나는 이라는 말을 중얼대게 되고 자꾸만 다시 생각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나는/ 우리는 그러니까 그들만큼 조금만 더 자기중심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이기적이어서 자기중심적이어서 그만큼 더 행복할 수 있다면, 나쁜 건(안될 건) 또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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