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엄마
신현림 지음 / 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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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서의 시詩 읽기를 꾸준히 적어 온 신현림 시인의 신작이 나왔다.
(기존 작품은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아들아, 외로울 때 시를 읽으렴』,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 『시가 나를 안아 준다』 등이 있다.)

이번에는, 엄마 혼자 딸아이를 키우며 생활의 시를 구구절절하게 읽어 온 처절함이 숨에 밴 그런 생활일기/육아일기를 적어냈다.
작고 작은 아이를 배냇저고리에 품어 안았을 그 때부터, 아이가 옹알이를 하고 밥을 먹고 학교에 가고 어느새는 엄마의 친구가 되어준 지금까지.
가끔은 너무 길고, 어렵고, 고민이 될 때마다 하루 하루를 적었다- 시와 함께.

시(詩)는 항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항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고 시와 엄마는 등을 두들겨 준다,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
가끔씩 시집을 열 때마다, 엄마를 껴안을 때마다, 어떻게든 나를/우리를/누군가를 버텨주고 있가는 생각을 문득 한다.

단 한번이라도 단 한사람이라도 감동을 받았다면, 그 시는 제 역할을 다 한 셈이아닌가.

 

"<부엌에서 부엌을 꺼내니까 부엌이 깨지고, 엄만 깨진 부엌들을 줍고, 줍다가 손가락이 깨지고, 깨진 손가락은 피가 나지 않고, 퉁퉁 붓기만 하고, 퉁퉁 부운 손가락 사이로 기름 묻은 심장이 걸어 나오고, 심장이 마르기도 전에 나는 또 냄비를 태워먹고, 언제 그랬댜는 듯 엄마는 또 밥상을 들고 오고, 들고 오는 모습은 가슴에 잔뜩 힘을 준 보디빌더 같도> _황종권, 「부엌은 힘이 세고」" _94쪽

 

시에서 위로 받는 또 한 사람의 에세이집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은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서해문집)

"나는 싸움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공격 대상이 모호했다. 날마다 가슴에서 전생이 벌어졌고 혼자 치르는 전투에서 나는 매일 전사했고 꿈처럼 깨어나 오늘을 살았다. 시詩가 무기였다. (...) 생이 고달플수록 시가 절실했다. (...)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손 댈 수가 없을 때면, 나는 책꽂이 앞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손에 잡히는 시집을 빼서 시를 읽었다. 정신의 우물가게 앉아 한 30분씩 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노예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임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으면서 나는 연민하고 생을 회의했다." _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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