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그러니까 금요일 밤 시간대의 전철이란 으레 그렇다. 밀착을 넘어 연체동물의 빨판처럼 서로에게 흡착되다시피 한 새연부지의 몸 사이에 종잇장만 한 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누군가 입을 열거나 숨을 쉴 때마다 머리 위로 끼얹어지는 고기 누린내와 마늘 냄새 문뱃내에 들숨을 참더라도, 그 냄새가 닷새간의 노동이 끝났음을 알려주기에 안도하는 시간. 과연 내년에도 혹은 다음 달에도, 심지어 당장 다음 주에도 이 시간에 전차를 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존의 불안을 잠깐이나마 접어두는 시간." _7쪽

 

60세도 넘은 여자, 그러니까 할머니가 이 소설의 (무려) 주인공.
그 할머니는 실은, '대모님'이라고 불리는 '방역업자' aka 킬러(killer).

지금은 과거의 산물이라고 했던가, 버려짐으로부터 시작된 '방역업'의 역사.
돌봄 혹은 내버려둠으로부터 시작된 '어린 증인', 그 집착의 역사.
세월과 시간이 쌓은 늙은 개 '무용'의 이야기.
세월과 시간으로 쌓여버린 어쩔 수 없는 정(情) 아니 실은 애정(愛情)의 역사.
알약을 삼킬 수 없는 아이를 결국은 끝까지 돌보지는 못했다.
늙은 개와 끝까지 함께 할 순 없었다.
짧은 시간 빛나다 사라질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역사.

"숨이 붙어 있는 한은 다녀-올 것이다. 손발이 움직이는 한은, 언젠가 이 녀석이 기억에서 지워지거나 그 존재를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되기 전까지는. 그녀는 현관문을 닫는다." _169쪽

 

『파과』와 함께 세트로 리커버 판으로 나와서 +ㅅ+) 예쁜 책으로 읽는 호사를 누렸다.
장편이라기엔 너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장면들이 넘어간다, 스릴있게 휙휙.
<지금껏 우리가 기다려온 새로운 여성 서사>라는 띠지의 문구가 과장스럽지만은 않다.
'여성' 소설가 '구병모'가 쓴 <지금껏 우리가 기다려온 새로운 여성 서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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