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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전직 아나운서, 현직 책방주인 겸 방송인의 에세이.
어쩔 수 없이 무거운(?) 퇴사의 이야기로 시작한 (아마도) 진짜 인생여정은 '일본의 동네서점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으로 이어진다.
퇴사와 동네서점 여행의 사이에는 출근을 했어도 주어지는 일이 없던 수많은 시간와 그것을 메꾸던 책이 있었고, 퇴사와 동네서점 여행의 여정에는 또 든든한 배우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 지금의 <당인리책발전소>를 만난다.
한동안의 독서로 조차 이겨낼 수 없었던 퇴사 직전의 그 시간들,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을 알 길 없을 그 고독과 고통,
한 달 남짓의 시간, 출근해서 하릴없이 책을 읽는 시간들.
아마 그 고독을 달래 줄 유일한 것들이 그것이었을지 모르는 순전한 몰입, 독서에의.
"무작정 퇴사를 했다. 그전까짇 한 번도 퇴사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사표를 내기 전에 미처 '플랜B'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어찌보면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나로서는 더 버틸 재간이 없었다." _9쪽
"그럼에도 어제나 가슴 한 켠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얹혀 있었다. 속이 터져야 마땅할 상황을 당연한 듯 살아냈던 것이 원인이었을까. 늘 괜찮다고 말하던 나는 결국 사고를 쳤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될 텐데 왜 그래." 아마도 제일 많이 들었던 말. 나 역시 그 말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싶었다. (...) 훗날 너무 빠른 포기였다고, 조금 더 참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면 어떡하지. 복잡한 생각의 잔재가 여전히 머릿속에 엉켜 있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책방 여행을 앞둔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인생이 어떻게 풀려가든, 그 길에서 행복을 찾아내겠다고." _16쪽
그리고 이어진 일본 서점 여행은:
그 시간을 함께 견뎌준 책들에의 감사일지도 모르겠고,
저자의 바탕으로의 회귀일지도 모르겠고,
배우자를 포함하여 행복을 주는 것들과의 화해거나 포옹일지도 모르겠다.
책과 얽혀있는 부부의 행복이라는게 일본 서점에서 주문한 음료 한 잔에 들어있기도 하고,
집안 온 사방에 흩뿌리듯(!) 널브러져 있는 책들의 갈피갈피에 들어있기도 하고.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내 앞에 앉은 남편이 편안하고 행복한지. 책을 덮고 남편을 본다. 일단 그가 고른 센차는 그리 흡족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 커피를 시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네가 두 종류 다 마셔보고 싶을까 봐"라며 그제야 자신의 음료를 건내는 남편." _44쪽
"거실 소파와 탁자, 부엌 식탁, 서재의 책상까지 우리 집은 온통 책투성이다. 특히 안방 침대에는 각자의 배게 주변에 책이 잔뜩 쌓여 있다. 보통 대여섯 권에서 많게는 수십 권이 널브러져 있어도 우리는 서로 치우라고 잔소리하지 않는다. 거의 매일 밤 우리는 나란히 누워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가끔 궁금하면 서로의 책에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먼저 잠든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잠들기 전에 책 읽는 즐거움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머리맡은 얼마나 황량했을까. 책을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사는 데는 이토록 많은 장점이 있다." _108쪽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부터 책을 좋아했던 사람- 책을 좋아하는 배우자를 만나고, 위기(퇴사)의 시간 동안 책의 위로를 구하고, 주어져버린 시간에 책방 여행을 하고, 자기 서점의 책장을 편집하는 작은 서점의 주인이 되는 것- 이 꿈 꿀만한 '이룸'이니까.
글쓴이 조차도 말한다, (이렇게 행복할 줄 알았으면) 진작 (고민) 할 걸 그랬어, 라고.
일본의 특색있는 서점들을 방문하면서 적어낸 감상과 통찰들이 주를 이루는 에세이지만,
사실 그 문장과 문장 사이에 짙게 묻어나는 책과 생활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더 빛을 발하는 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