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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 저택의 비밀 ㅣ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2
해리에트 애쉬브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11월
평점 :
책이 배달되자 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한마디로 매력적인 소설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참신하다. 너무 자신만만하고 자신이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위에 서서 내려다 보는 셜록 홈즈, 포와로.....이런 탐정들은 버겁다. 하지만 이 소설의 탐정 스파이크 트레이시는 비범은 커녕 탐정으로서 약간 결격처럼 느껴진다. 일단 그는 바람둥이다. 범인 수사를 하는 건지, 여자에게 집적대는 건지 헷갈린다. 완벽한 추리를 해내는 것처럼 뽐내지만 번번히 빗나간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즐겁다. 우리와 가깝다. 1930년대 쓰여진 소설이지만, 이 탐정이 오히려 21세기형 탐정의 전형 아닐까 싶다.
여주인공들도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여성에서 교활한 악녀를 오고 가는 질. 삶의 의욕을 잃고 모든 것에서 무기력한 메리. 여기에 저택에 같이 살고 있는 여러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 관계가 모호한 것만큼이나 모두가 의심스럽다. 도대체 누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는 고전 추리소설의 묘미가 있다.
이 출판사는 우연히 손에 넣은 '킬러스 와이프'로 알게 되었다. 장르소설 전문인데 책이 자주 나오지 않아 아쉽지만, 독특하고 참신한 기획이 눈에 띈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시리즈도 그렇다.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은데...앞으로도 어떤 숨겨진 보석이 나올까 기대된다.
[명대사]
“… 한순간 그녀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색기 넘치는 교활한 악녀로 돌변합니다.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은 욕망과 그녀의 목을 부러뜨리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된단 말입니다.”(p.58)
"이토록 사랑스러운 사람이 이 사악하고 위험한 살인에 관해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눈은 그녀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짙고 풍성한 머릿결, 창백한 상앗빛 피부, 가늘고 섬세한 손.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능가한 건 얼굴 표정이었다. 마음을 울리는 그 이상한 느낌의 표정, 설명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한 그 표정을 그는 그날 아침에 흘깃 봤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져서 고통에 시달리는 그 영혼은 더는 싸울 힘도 없이 덤벼드는 암흑과 재앙 앞에 무방비로 무력하게 서 있기만 할 뿐이라는 듯 그 표정이 더 뚜렷해져 있었다."(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