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리아 페이- 베르퀴스트·정희진 외 62인 지음, 김지선 옮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 레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미래의 진짜 페미니즘이 이뤄진 세계다. 그런데 이 책의 구성을 꼼꼼히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각 저자의 칼럼과 픽션이 뒤섞여서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논픽션인 줄 알고 진지하게 읽었는데 알 수 없는 단어가 나오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구절들이 보여서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건가 한참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책의 앞부분을 다시 보고 뒷부분을 끝까지 읽고서야 그게 책 제목과 같은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란 걸 알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으면서 너무 현실이 상기되어서 분했고. 계속 투쟁해야 한다는 벽이 벅찼다. 과거의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을 후손들이 누릴 것이란 건 알지만 언제든지 퇴보할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 현재 과도기를 살아가는 나에게 너무 힘겹고. 픽션 속 인물들이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났다. 나도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페미니즘이 보편적으로 실현된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이렇게 현실 하나하나에 벽을 느끼고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고 짓밟히고 그걸 다시 반복하는 지긋지긋한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을텐데. 임신 걱정을 하고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성차별을 받으면서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될텐데. 그래서 그런 세계가 정말로 올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 히든피겨스를 볼 때 불과 몇십년 전까지 미국에서 백인 화장실과 흑인 화장실 (컬러즈)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고 그게 당시에는 당연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사회적으로 저게 인정될 수 있었지? 의문이었는데. 그걸 떠올리자 불가능할 것 같던 페미니즘이 실현된 세상에서 사는 화자들이 과거를 보며 경악하고 놀라하는 모습이 이해됐다. 그들이나 나나 진보된 세계에서 과거를 보면 큰 충격을 받는다. 사회적으로 이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서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을 불편해하며 사회적으로 짓밟고 손가락질 하는 시기에 행보가 중요하단 걸 안다. 나도 불합리한 것에 저항했지만 개인의 목소리는 너무 미력했으며 어떤 저항의 효과도 나타나지 않아 10년 넘게 포기하고 있었다. 이제서라도 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늦다고 생각하면서도 위안이 된다. 내가 외칠 땐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페미니스트가 되면 언제나 화가 난다고 하나보다. 깨닫지 않고 몰랐다면 괜찮을 일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전부 불합리하고 평등하게 주어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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