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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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 다 읽고 멘붕상태였다. 아들과 토론하고 종일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도리스 레싱은 역시 대단한 작가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작가의 사유 체계에 감탄한다. 내가 소설을 서사 중심으로만 의미를 두지 않은 건 꽤 오래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놀랍다. (그래서 나는 서사 중심으로만 쓴 재미 위주의 소설을 작품으로 보지 않는다.)
흑인을 짐승으로 보던 남아프리카의 정체된 식민 사회의 문제, 백인의 우월 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 사회 고발 등등 작품성을 그런 부분에 둔 평론가들은 말하지만 나는 다른 것을 찾아본다. 이 책은 작품에 대한 평가 이전에 여성과 남성, 남편과 아내, 나와 이웃, 그들의 유기적인 관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편협한 태도와 환경, 개개인의 의식이 이 사회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
메리의 사고 방식과 인간관계마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편협하고도 히스테릭한 성향, 그에 따라 전개되는 삶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서 생은 마감하고 평가도 받지만 그것이 얼마나 주관적이고도 왜곡된 시선인가?! 사실 복병은 흔히 우리의 생이 만들어온 것들로 종종 출몰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그 다음에 읽을 책을 선택하는 이 짧은 공백이 나를 묘하게 자극한다. 나는 어쩌면 이런 떨림 때문에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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