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풀꽃 정채봉 전집 동화 2
정채봉 지음, 정해륜 그림 / 샘터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돌아가신 고 정채봉님의 동화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오세암'을 필두로 하여 많은 작품들이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이 지속적으로 붙으면서 더 유명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화라 하면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라 여겨졌었지만 정채봉님의 작품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만 생각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바람과 풀꽃"은 1990년에 펴 내었던 동화를 다시 엮어서 내신 것 같은데 이 책 역시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라 하기엔 솔직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3~4학년 이 권장 연령이라고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 또래의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의 책읽기가 될만큼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해 보게 됩니다. 아마도 이 책을 대할 때의 제 마음이 그렇기 때문이라 생각은 합니다.

15편의 짧은 동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무엇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력을 다하여 싹을 틔우고 땅 위로 올라왔던 죽순이 멋진 대나무로 자라는 모습이나 흙을 만지고 사는 것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모습이나 자신이 가장 못났다고 생각하고 비정상이라 생각하여서 늘 고개 숙이던 잎이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찾는다는 네잎클로버라는 이야기 등 우리가 어떻게 삶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활해야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별'이라는 제목의 동화는 갑자기 아픈 아이와 엄마 사이의 대화 속에서 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동화입니다. 그런데 다른 동화들도 많은 감명을 주었지만 이 동화를 읽으면서 끝부분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눈물이 방울로 똑 떨어지더군요... 아이의 모습이 저희 아이들과 오버랩되어서 그랬을까요? 너무나도 마음이 저며지고 아이의 순수함과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 마치 실제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그 장면을 제가 지켜 보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이 책에 실린 모든 동화를 보면서 내가 아이들과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가 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나만 보고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이 과연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삶이었는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르치고 있는 삶이 과연 가장 옳은 것이라 이야기 할 수있는 것인가?  나의  주변을 둘러 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여유가 지금 내게 얼마나 남아 있는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정채봉선생님의 소개와 작품들의 소개가 있어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잘 몰랐던 정채봉 선생님에 대해 친근감이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촉촉해지는 동화 <바람과 풀꽃> .. 오래도록 제 마음에 그리고 저의 딸들의 마음에 남는 동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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