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의 목소리 ㅣ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오오바 와쿠 지음, 김효진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7월
평점 :
별의 목소리, 신카이 마코토, 오바 와쿠
- 애니 원작 소설
"기다리는 것 말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
무언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자.
절대 열리지 않을 문을, 무의미하게 두드리는 짓은 이제 그만하자.
마음을 굳게 닫고, 오직 혼자서 어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별의 목소리』 '2048년 9월 노보루의 방' 中
『너의 이름은』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 감독의 데뷔작이다.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는 신카이 마코토가 혼자서 만든 약 30분 가량 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고, 소설 『별의 목소리』는 애니메이션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즉, 애니메이션이 원작이고 소설이 파생작이다. 소설은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오바 와쿠라는 소설가가 집필했다. 따라서 소설 『너의 이름은』이나 『언어의 정원』 등과 같은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쓴 소설과는 달리 원작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잘 전해 줄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사실,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소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별의 목소리』는 SF 소설이다. 약 30~40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지구와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비교적 수월하게 우주 공간을 이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달을 전초기지로 삼아 외행성, 더 나아가 태양계 외곽까지 유인 탐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가 이러한 급진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지적 외계 생명체, 타르시안과의 만남 덕분이었다. 인류는 화성에서 타르시스 유적을 발견하였고, 이를 탐사하여 고도로 발전된 기술을 얻게 된다. 그러나 타르시스 유적 탐사 도중에 타르시안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고, 탐사대 전원이 몰살당하는 참사가 일어난다. 이로 인해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 우주 연합군이 결성되고, 몇 년의 준비기간 후에 새로운 타르시안 탐사대를 발족하게 된다. 이 새로운 탐사대에, 여주인공 15살의 나가미네 미카코가 차출되게 된다.
주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나가미네 미카코가 탐사대에 차출되어 우주로 나가게 되면서,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단순한 소꿉 친구를 넘어서는 관계에 있는 노보루와 떨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문자 메시지는 주고 받을 수 있지만, 너무나 먼 둘 사이를 문자 메시지로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아직 둘 사이의 관계가 확실히 정해진 상태도 아니었다. 나가미네는 점점 지구와 멀어지게 되었고 동시에 문자 메시지 전송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아마 여기서 문자 메시지는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나가미네의 탐사대가 전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게 되면서 둘을 연결하고 있던 유일한 끈은 끊어지게 된다.
같은 시각, 노보루는 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외모가 꽤나 출중한 편이었는 지, 여학생에게 인기가 많았고 그 중 용기를 낸 한 여학생과 사귀게 되었다. 노보루의 마음 한 구석엔 나가미네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명시적으로는 친구에 불과했고 연락도 끊어졌으니, 노보루가 이 여학생과 사귀면 안 되는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노보루도 나가미네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여학생과는 끝을 내게 되었다. 바로 그 날, 노보루는 나가미네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었고, 나가미네를 만나러 가기로 결정한다.
『별의 목소리』는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지구에서 우주로 떠난 소녀를 그리워하는 소년과 우주에서 지구에 있는 소년을 그리워하는 소녀. 둘 사이의 시공간은 너무나도 멀지만, 그들의 애틋함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틋함으로 시작해서 애틋함으로 끝나는 이야기.
마음속에 이런 애틋함과 순수함이 언제 남아있었는 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별의 목소리』를 통해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난 말이야 그리운 것들이 참 많아
여름날의 구름이라든지 차가운 비라든지
가을바람 냄새라든지 봄의 보드라운 흙의 감촉이라든지
깊은 밤 편의점이 주는 안도감이라든지
방과 후의 서늘한 공기라든지
칠판지우개 냄새라든지
한밤중 트럭이 멀어지는 소리라든지
노보루 난 말이야 그런 것들을
오래오래 함께
느끼고 싶었어"
『별의 목소리』 본문 中
글을 쓰는 중에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신카이 마코토가 혼자 만들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한 10초만 봐도 '아 혼자 만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10초가 더 지나면 어느새 x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보고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분업의 위대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http://tatkorea.blogspot.com/2018/07/books_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