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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바오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슈테판 츠바이크 (1881~1942)
'이 양반의 글을 읽을 땐 중립성은 포기하고 읽는 것이 좋다. 역사인물 한 명을 임의로 골라 그 사람에 감정을 이입하여 자신의 일기마냥 쓰는 것이 특징인데, 긍정적인 면은 당연히 좋게 묘사되고 부정적인 면은 감성팔이까지 동원해서 합리화하는 경향이 짙다' – 나무위키에서 인용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는 16세기 칼뱅의 종교적 독선에 맞선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의 투쟁을 그린 평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선 극단적인 이분법적 구도를 펼친다.
역사를 '절대 악(칼뱅)'과 '절대 선(카스텔리오)'의 대립으로 과도하게 단순화했고, 복잡한 16세기 종교개혁 사조를 단순한 선악의 대결로 박제화했다.
또한 16세기의 인물들에게 20세기 근대적 관점의 '관용'과 '민주주의' 개념을 그대로 들이대는 식으로 시대착오적인 가치 투영하고 있다. 카스텔리오 역시 당대 종교적 테두리 안에서 사유한 인물임을 간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아가서 히틀러와 나치즘을 칼뱅에게 투영하다 보니, 칼뱅이 가졌던 사상적 깊이와 역사적 맥락이 완전히 소거되어 버렸다. 당대 제네바의 복잡한 정치·사회적 역학 관계를 무시하고 오직 '독재자와 희생자'의 구도로만 읽어내려 했기에 이같은 무리를 범했다고 보아야 한다.
책의 전반적인 문체는 객관적인 역사 서술이라기보다 열정적인 웅변이나 정치적 선언문에 가깝다. 작가의 강렬한 분노와 감정이 문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독자가 차분하고 다각적인 역사적 성찰을 하기보다는 츠바이크의 감정에 강제로 이끌리게 만드는 선동적 감정주의로 보인다.
이 책은 본래 나치의 폭압을 피해 망명 중이던 츠바이크가, 히틀러의 전체주의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을 16세기 칼뱅의 제네바에 그대로 투사하여 집필한 것이다. 즉, 16세기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명했다기보다는 20세기 파시즘을 비판하기 위해 16세기 역사를 도구화했다는 구조적 편향성을 지닌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파시즘에 저항한 당대의 고발장으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냉철한 역사 평전으로서는 감정 과잉과 도식적 이분법에 갇힌 한계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