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모든 내용이 편지글이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으로 보냈는지.

그래서 "이 책 지루할 것같은데..?" 라며 조금은 실망감을 가지며 책을 읽어나갔는데... 이게 뭐지? 이 책 자꾸 빠져든다.

지루하고, 실망했다는 말이 미안할만큼 이 책이 계속 끌린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 등장인물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의 첫부분엔 등장인물의 소개가 나와있어 인물에 대해 헷갈리면 앞부분을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기에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앞부분에 있는 지도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작품은 안느 리즈라는 인물이 호텔 128호실에서 33년전 실종된 원고를 발견함으로써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완성이었던 소설이 완성이 되어 나타났다. 과연 이 소설은 어떻게 완성이 되었을까? 소설을 잠시라도 가지고 있던 인물들은 이 소설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는데...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나는 한가지 바람이 있었다. 가끔은 소설 속 주인공이 나를 꺼내줬으면 좋겠다고. 나를 위로해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루어진 것같아 내심 부러웠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도대체 인생을 바꾼 소설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분실된 원고의 주인은 바로 실베스트르. 그리고 원고의 주인을 찾기로 결심한 안느 리즈. 이 둘의 편지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느 리즈가 어디선가 편지를 받고 있을 누군가에게 원고의 주인을 찾아달라는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실베스트르와 안느 리즈의 만남이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가끔은 실베스트르가 나의 마음과 맞을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안느 리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데 왜 열심히 일까..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안느 리즈는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안느 리즈에게는 이 소설이 소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있었던 건.. 내가 인물들의 편지를 몰래 엿보는 기분이 든다는 것? ㅎㅎ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는지 몰래 보는 기분이 들어 조금은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을 보면서 소설이 주는 힘을 이야기하는 것같았다. 요즘 말로 하면 이 원고는 그들만의 "인생작"이 된 셈이다. 나는 나의 인생을 바꿔주는 인생작은 아니었지만 인생작을 만났을때, 기쁘면서도 좋았는데, 인물들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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