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린 디외도네 - 여름의 겨울

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많은 추측을 했다. 이 작품은 로맨스일 것이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동안의 있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여름처럼 따뜻하고, 겨울처럼 쌀쌀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등..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을 모조리 깨버렸다. 바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것. 어떻게 소녀의 이야기를 풀어나갈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소녀의 집에는 네 개의 방이 있다. 소녀의 방, 동생인 질의 방, 부모님 방, 그리고 시체들의 방이 있다.

벽에선 액자가 걸려 있는데 액자 속에는 아버지가 사냥총을 들고 죽은 동물을 밝은 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서 있던 것.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무서워 한 어머니. 그리고 질과 소녀. 소녀는 동생인 질을 사랑했다. "가장 순수한 사랑이며, 파괴될 수 없는 사랑"을 말이다. 소녀는 그런 질에게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 그만을 위한 쇼를 펼치기도 한다. 질의 웃음은 소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아이스크림 트럭에 있는 할아버지가 기계에서 폭발해 얼굴이 망가지고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소녀와 질. 그날 이후 질은 달라졌다.

질은 점점 아버지처럼 변해갔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했듯이 질은 동물들에게 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질의 웃음을 볼 수 없는 소녀는 과거로 간다면 아버지의 폭력성과 질이 그 사고를 보지 않았다면 질이 다시 웃을 수 있었을까? 할아버지는 그 사고를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질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의 표적이 어머니에서 소녀로 바뀌는 순간을.. 질의 행동을..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을 만큼 너무 힘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바랐다. 소녀의 행복을, 질의 웃음을 말이다.

내가 만약 열다섯 살 소녀처럼 그때의 상황에 처해 있다면 가족이 무서워서 뛰쳐나왔을 것이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해다녔을 것같다. 하지만 소녀는 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소녀에게 나는 응원을 건네고 싶었다.

소녀는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했다. 그래서 난 그 소녀가 행복하길 바라며 책을 읽어나갔다. 부모님은 소녀에게 관심을 주진 않았지만 만약 부모가 소녀와 질에게 관심을 주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소녀는 나에게도 작은 메시지를 남긴 듯하다. 확실하진 않지만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난 그 메시지를 잘 간직하려 한다. 약하지 않다고. 상처가 있으면 계속 상처로 남기지 말고 치유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