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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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무해하고 경쾌한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언뜻 사회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 같기도 기업에서의 정치와 암투를 그리는 것 같기도 한 '인상'만 주고 그만큼의 무거움은 없어서 읽기가 편함. 소설 내 갈등이라면 딱 이정도의 심각함을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독자층을 잘 공략하는 영리한 작가임. 너무 술술 쓰여있고 일도 술술 풀려서 심적인 부담이 전혀 없고 영상화에도 딱임


-대기업 토기와 자동차에서 운영하는 아마추어 럭비팀에 제너럴 매니저로 좌천하여 가게된 럭비 문외한 주인공이 팀을 리빌딩하고, 기업 정치에서도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로 스포츠물과 기업물이 적절하게 혼합되어 있음


-이전 작품에 비해 사회문제를 고찰하는 척하는 부분이 상당히 옅여져서 그냥 평범한 스포츠물로 분류도 가능할 듯


-특별한 의의는 없고 킬링타임용으로 재미있음

오래 사업하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죠. 그런 부침에 휘둘리근 게 기업 스포츠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모기업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는 이상, 기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사정으로 인해 활동이 중단될 위험은 반드시 존재하니까요. 편안히 럭비만 하면 되는 무사태평한 환경 같은 건 세상 어딜 찾아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사회인으로서 항상 책임을 짋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항상 그 역경을 뛰어넘을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지지 않겠다는 강한 마음이죠. 그런 강한 정신력을 지닌 팀만이 살아남고 강해진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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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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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오가와 이토는 말랑말랑한 작가는 아니고 은근한 변태성이 있음


- 그 첫번째는 젊은 여자가 나이많은 홀아비를 좋아하는 이야기를 쌍방 구원 서사로 만든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먹는 행위(탐식)에 대한 정당화에 무진장 애를 쓴다는 것이고, 세번째는 짧은 등장이기는 하나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조연의 개입이 잠시 있고, 네번째는 촌스러울 정도로 외국의 식재료나 문물, 브랜드를 나열하는데 집착한다는 것이다.


- 음식 섭취에 대한 기본적인 세계관은 '그것을 먹음으로써 내 피 속에 같이 살아있는 것' 이라는데 키우던 애완 돼지를 잡아먹는 내용이 너무 역겨웠음. 그것을 너무 길게 정당화하고 있어서 몰입이 되지 않음


"하지만 엘메스는 절대 죽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기를 썰면서 그런 확신으로 가슴이 벅찼다. 사방 일 미터짜리 고기 속에도 엘메스의 맑은 혼이 잠들어 있다"


- 세상에 홀로 남겨진 젊은 여자가 자기만의 일을 개척해가는 서사는 오가와의 다른 책에서도 계속 반복되는 설정인데 여기에서 부터 시작했구나 싶음


- 전체적으로 기분이 나쁜, 음험한 느낌이 들었음. 거식증 걸린 토끼 에피소드만 그나마 인상에 남음

토끼에게 당장 신용을 얻겠다는 섣부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만약 이 토끼가 주인을 비롯해 가족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토끼는 그때 받은 애정만큼 누군가의 온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내가 토끼라고 생각해보니 누군가에게 그저 묵묵히 안겨 있고 싶을 것 같다. (중략) 그날 밤, 나는 토끼의 호흡 지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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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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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월드 세계관의 정점 같은 작품. 전작 마왕에서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이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골든 슬럼버와도 평행세계라고 함


-작가가 직접 후술하듯 하나의 큰 줄기가 있거나 작품의 세계관에 수렴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듯한 인상인 것은, 1년간 잡지에 주간 연재하던 편들을 모아서 엮었기 때문. 즉, 사건의 해결이나 진상보다는 만담 같은 대화가 뜬금없이 끼어들거나, 특정한 소소한 이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전개하거나, (특유의) 마치 설교와 같은 주인공의 '깨달은 바 말하기'가 중간중간 있어서 중심 사건만 두고 보자면 재미는 없음. 사건의 해결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음(소설적 장치나, 다른 소설에 대한 복선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기존작에서 반복되었던 테마를 정리한 듯)


악의 평범성- 명백한 악인은 없고, 시스템 상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뿐. 어떤 악인도 시스템의 일부이다. 독재자도 포함


세상의 시스템은 특정한 시스템 엔지니어가 설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재자 한명의 독단으로는 굴러갈 수 없고 어쩌다 보니 만들어 진 것. 다만 사회구성원인 인간은 자아가 있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저 존재하는 것을 당위 목표로 삼는 국가와 충돌할 수 있음. 국가 시스템은 그것을 통제하는 역할


"개인의 자유가 많아질수록 집단을 위한 움직임이 원활해지지 않을 것은 분명해요" "시스템은 정기적으로 인간의 개인적인 영위를 국가를 위해 바치도록 조정하지"


국가는 다양한 정치인이나 관료의 질투와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예상치 못한, 논리적으로 설명불가한 시스템이 되어감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또는 독재자)의 등장은 시스템의 진화를 촉진


현실사회를 움직이는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인터넷은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본의 시스템이며 감시가 가능함


정보의 조합으로 사건은 만들어질 수 있음. 사건의 진상이란 아무래도 관계 없음(가공된 진실!)


-이와중에 소설가로 등장하는 작가와 동명이인의 캐릭터 이사카 고타로가 소설은 전체 사회에 단번에 큰 영향을 줘서 바꾸는 힘은 없지만, 한 사람에게 스며들 수 있다고 가치를 역설!


"소설이란 건, 수많은 사람의 등을 떼밍러 행동하게 만드는 도구가 못 돼. 음악처럼 우르르 모인 사람들을 열광시키고는 ' 자 이제 다 같이 뭐 좀 하자' 이런 일은 못 해. 소설은 말이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스며들 뿐이야."


-전작 세계관에서 이누카이가 국민투표까지 해서 헌법을 개정하고 군대를 만들었지만, 몇십년이 지난 이 소설의 시점에서는 그러한 강제 징병 훈련이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


-소설에서의 '세계관'이 아니라 작가 이사카 고타로라는 인간이 가진 '세계관'의 면면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음. 마치 대학시절 교수님의 일장 연설같은 강의를 듣고 난 기분이랄까 



지도자의 등장은 그 한 예일 뿐이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아가 강해지고 자유가 만연해질수록, 시스템은 기능을 못하게 되지. 그래서 정기적으로 개인보다 큰 조직이 있다는 것을, 그 존재감을 피력해야만 해. 국가는 국민에게 인식되기 위해서 계속 운동을 해. 주기적으로 존재를 강렬하게 드러내지
지도자, 독재자나 지배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 지도자의 등장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하는 운동 중 하나일 뿐이지. 그냥 그렇게 되게 되어 있을 뿐이야. 경제가 움직이고, 정권이 바뀌고, 때로는 폭력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때로는 평화로운 시기가 있지. 주기적으로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고, 항상 변화할 기회를 찾고 있어. 개인은 자아를 비대하게 발달시키고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데 정신을 팔게 되지. 그러다 다시 국가 품으로 통일돼. 반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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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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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있는 장르소설 작가 중 한 명인 조예은 작가 작품을 처음으로 접함


- 아주 쉽고 슥슥 읽히는 문체와 문단 구성


- 폭력적인 남성, (무능한 남성 가장)과 피해자 여성의 모티프가 반복. 전형적이라는 느낌


- 여성이 남성을 죽이는 결말의 작품도 두 개 있지만 통쾌한 카타르시스 보다는 얼버무리는 느낌. 피와 절단에 대해 묘사하는 고어스러움이 그나마 다른 장르소설 작가와의 차별점


- 특별한 인상은 없음 다른 작품 더 읽어봐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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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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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일본 남성작가의 소설에는 이런식으로 작가의 사상이 주인공의 직접적인 발화를 통해 소설 내내 표현되어 사건의 흐름과는 별개로 아주 관념주의적인 인상을 남기는 스타일이 있음.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을 읽었을 때 비슷한 느낌


-이 작품에서는 파시즘과 전체주의에 대한 지난한 관념적 토론이 이어짐


-주요 스토리는 타인의 발화를 조절할수 있는 초능력을 얻은 형의 이야기(전편)와 특정 확률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초능력을 얻은 동생의 이야기(후편)으로 구성


-전범국가인 일본이 군대를 보유하고자 하는 헌법의 개정이 주인공들이 관심을 가지는 최초의 이슈이지만 민주주의의 불완전성, 전체주의를 비난할 수 있는가, 파시즘이 나쁜가, 인간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진화 혹은 진보할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음. 한 정치인의 어떤 의지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삶을 바꾸는 와중에 절대적 당위성은 확보될 수 없는 것인데


(사신의 7일에서 줄곧 파스칼과 와타나베 가즈오의 말을 인용하며 악함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돌연변이가 사회 진화의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비추었던 데 비해 보다 정치제도에 대한 고찰의 범주가 확장된 듯)


- 결국 형은 그러한 사회의 진화에 저항하다가 실패하였으나 동생은 나름의 방식으로 정치 제도를 사용하려는 자각을 갖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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