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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이사카 월드 세계관의 정점 같은 작품. 전작 마왕에서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이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골든 슬럼버와도 평행세계라고 함
-작가가 직접 후술하듯 하나의 큰 줄기가 있거나 작품의 세계관에 수렴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듯한 인상인 것은, 1년간 잡지에 주간 연재하던 편들을 모아서 엮었기 때문. 즉, 사건의 해결이나 진상보다는 만담 같은 대화가 뜬금없이 끼어들거나, 특정한 소소한 이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전개하거나, (특유의) 마치 설교와 같은 주인공의 '깨달은 바 말하기'가 중간중간 있어서 중심 사건만 두고 보자면 재미는 없음. 사건의 해결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음(소설적 장치나, 다른 소설에 대한 복선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기존작에서 반복되었던 테마를 정리한 듯)
악의 평범성- 명백한 악인은 없고, 시스템 상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뿐. 어떤 악인도 시스템의 일부이다. 독재자도 포함
세상의 시스템은 특정한 시스템 엔지니어가 설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재자 한명의 독단으로는 굴러갈 수 없고 어쩌다 보니 만들어 진 것. 다만 사회구성원인 인간은 자아가 있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저 존재하는 것을 당위 목표로 삼는 국가와 충돌할 수 있음. 국가 시스템은 그것을 통제하는 역할
"개인의 자유가 많아질수록 집단을 위한 움직임이 원활해지지 않을 것은 분명해요" "시스템은 정기적으로 인간의 개인적인 영위를 국가를 위해 바치도록 조정하지"
국가는 다양한 정치인이나 관료의 질투와 욕망이 복잡하게 얽혀 예상치 못한, 논리적으로 설명불가한 시스템이 되어감
카리스마가 있는 정치인(또는 독재자)의 등장은 시스템의 진화를 촉진
현실사회를 움직이는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인터넷은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본의 시스템이며 감시가 가능함
정보의 조합으로 사건은 만들어질 수 있음. 사건의 진상이란 아무래도 관계 없음(가공된 진실!)
-이와중에 소설가로 등장하는 작가와 동명이인의 캐릭터 이사카 고타로가 소설은 전체 사회에 단번에 큰 영향을 줘서 바꾸는 힘은 없지만, 한 사람에게 스며들 수 있다고 가치를 역설!
"소설이란 건, 수많은 사람의 등을 떼밍러 행동하게 만드는 도구가 못 돼. 음악처럼 우르르 모인 사람들을 열광시키고는 ' 자 이제 다 같이 뭐 좀 하자' 이런 일은 못 해. 소설은 말이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스며들 뿐이야."
-전작 세계관에서 이누카이가 국민투표까지 해서 헌법을 개정하고 군대를 만들었지만, 몇십년이 지난 이 소설의 시점에서는 그러한 강제 징병 훈련이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
-소설에서의 '세계관'이 아니라 작가 이사카 고타로라는 인간이 가진 '세계관'의 면면을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음. 마치 대학시절 교수님의 일장 연설같은 강의를 듣고 난 기분이랄까
지도자의 등장은 그 한 예일 뿐이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아가 강해지고 자유가 만연해질수록, 시스템은 기능을 못하게 되지. 그래서 정기적으로 개인보다 큰 조직이 있다는 것을, 그 존재감을 피력해야만 해. 국가는 국민에게 인식되기 위해서 계속 운동을 해. 주기적으로 존재를 강렬하게 드러내지 지도자, 독재자나 지배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져. 지도자의 등장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하는 운동 중 하나일 뿐이지. 그냥 그렇게 되게 되어 있을 뿐이야. 경제가 움직이고, 정권이 바뀌고, 때로는 폭력적인 전쟁이 일어나고, 때로는 평화로운 시기가 있지. 주기적으로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고, 항상 변화할 기회를 찾고 있어. 개인은 자아를 비대하게 발달시키고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데 정신을 팔게 되지. 그러다 다시 국가 품으로 통일돼. 반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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