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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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조예은 작가의 소설집이다. 최근 유행하는 일련의 젊은 장르소설 작가들과 유사한 결의 소설들인데 크게 모난 부분은 없지만 특별히 매력있지도 않은 정도

 

-장르소설은 작가마다 특기 분야가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보여지는데 이 작가는 배경은 대체로 한국이고, 약간의 미래(설정이 자세하지는 않음), 죽음이나 고어한 요소를 양념처럼 추가하는 스타일로 고유한 특정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울듯하다.

 

-서술 시점을 바꾸는 트릭, 시간 트릭을 가끔 사용하며 릴리의 손을 보고나서 마지막 단편(제목이 생각 안남)을 보니 너무 과하게 사용해서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이야기가 끝나야할 곳에서 끝나지 않는 느낌이랄까


-문체는 심리 묘사가 많고 비유가 적어 가볍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천선란, 김초엽 작가와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 (그러나 문제의식이랄까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보이지 않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써본 것 같다고 느껴졌다) 가볍게 한두시간 안에 후루룩 읽기 좋은 정도의 무게와 의미를 갖는다 정도로 평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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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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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 작가에게 헌정하는 국내 인기 작가들의 짧은 꽁트 모음집. 짧지만 작가들 각각의 스타일이 확 드러나는데 그걸 모아서 보고 있으니 그 차이가 더 확연히 드러나서 재미있었다. 


- 꽁트라서 그런지 아주 짧은 상황의 단면이지만 어떤식으로 표현하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를 공부하기에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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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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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 일년간 읽은 소설집 중 최고다. 아주 농밀한 문학의 맛이 느껴지는. 이런 사람이 문학가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그런 경험이었다. 정지아 작가를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좋은 작가를 알게된 주는 내내 행복하다.


- 단편들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바와 같이 우리사회의 하위 99%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평에서는 "그 99%의 사람들은 신분이나 계급에 상관없이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천형인 양, 운명인 양, 차라리 습관인 양 견디고 살아간다. 그 평범한 비범함이야 말로 이 참혹한 세상을 끝내 포기하지 않고 건너가게 만드는,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치면서도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기적이 아닐까." 라고 말한다. 내가 특히 좋았던 부분은 노숙자, 가난한시골의 늙은 부부 등 이런 사람들을 프로토타입화 하지 않고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면서 이들에게도 페이스트리 같은 생각과 감정의 겹겹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인물의 시점인데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오는지. 무겁지만 슬프지 않은 '천형'처럼 담담하게 주인공의 결핍과 세계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독자인 '나'를 자각할 수 있는 모처럼의 경험 이었다.


- 다른 하나는 지나간 빨치산에 대한 이야기. 이념을 기치로 인생을 걸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이념을 좇는 것이 촌스러운 일이 되거나, 아니면 오랜 세월에 함몰되어 버린 이들의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숲의 대화'는 다소 감상적으로 그려졌으나 그 외에는 자조적인 이야기 기법이 모더니즘 소설을 읽은 듯 하다.


- 또 다른 하나는 여성의 시점에서 그려진 이야기. 늙은 세 친구의 소소한 시기 질투에 관한 이야기, 늙은 노부인의 세상에 대한, 가정부에 대한 정신승리 이야기는 그 삐죽삐죽한 감정들이 놀랍도록 섬세하다!


- 전반적인 흐름에서 주인공들은 자기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지만 일상과 세월의 무게에 이를 접는, 한을 풀어내기보다는 응어리를 부둥켜 안고 인생의 동반자처럼 공존하고자 하는 시각이 소설집 전체의 이야기들을 관통하고 있다.

괜스레 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는 정거장의 불빛에 의지하여 쌩하니 앞서 걷는다. 언젠가부터 아내를 보는 일이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제 비밀스러운 속내를 만 세상에 까발린 듯 불편하다. 이기지도 못하는 주제에 하루가 멀다고 아들 녀석 목욕물 데워 나르고는 밤마다 끙끙 앓는 청승이며, 쉰 밥 한 덩이조차 버리지 못하고 끓여먹는 비루며, 자식 뒤치다꺼리에 점점 볼품없이 말라가는 꼬락서니며, 아무리 참으려 해도 아내를 보면 뭐랄 것 없이 열불이 불쑥 치솟아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 자식 저리 된 게 다 제 업보인 줄 아는 아내는 그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말대꾸 한 번 하는 법 없이 무연히 돌아서서는 혼자 소맷 자락으로 눈물을 닦을 뿐이다. 소리 지른 뒷맛은 소태처럼 쓰디쓰다. 정류장 쪽으로 꺾어지며 흘깃 뒤돌아보니 아내의 걸음이 어딘지 더 어설프다. 넘어지면서 발목이라도 접질린 것이리라. 또 열불이 치솟아 그는 담배를 뽑아 문다. 태성이 재빨리 라이더 불을 들이민다.

500미터 남짓한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박과 최는 슬로우 비디오로 걷는다. 좁은 인도에서 걸음 더딘 그들을 바라보는 누구도, 그들이 한때 빨치산으로 혹은 켈로로 전장을 누비던 역전의 용사임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거치적거리는 노인네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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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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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편의점으로 소위 대박을 친 김호연 작가의 데뷔 무렵 작품이다. 불편한 편의점과 이야기 구조나 메세지가 유사하다.


- 작가는 이 시대의 잉여인간?( 이렇게 부르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자취방과 계약직 직업, 최저시급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대해 그리는 능력이 탁월한 듯하다. 거기에 망원동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더해져서 불편한 편의점보다 좀더 날것의 느낌으로 재미있다.


- 사회적 루저인 주인공 만화가 오작가, 김부장, 싸부, 공시생 삼척동자가 망원동 주택가의 옥탑방과 옥상에 더부더부 살이로 함께 지내며 어찌됐건 다시 일어서는 동력을 찾아낸다는 심플한 이야기


- 다만 특유의 마술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하지만 다른 표현이 없는듯) 리얼리즘으로 모든 문제가 일순간에 해결되며 해피엔딩으로 가는 구조가 불편할 수 있다. 현실이 퍽퍽하니 이런 산뜻한 마무리가 재미를 주는 것 같지만 취향에 안맞는 사람도 있을듯


두툼해진 살집들처럼 삶의 무게를 출렁이던 그들은 더 이상 내게 새삼스런 질문과 뻔한 타령을 할 겨를조차 없어 보였다. 다행이다. 새로울 것 없는 세상과 새로울 것 없는 삶을 사는 우리. 그걸 용인하며 늙어가는 거다. 당연한 듯 주어진 삶. 오히려 그게 다행인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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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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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섬이라는 곳에 위치한 아일랜드 서점. 거기에 얼마전 아내를 잃은 괴팍한 주인 AJ패리스가 있다. 어느날 비싼 장서를 도둑맞고, 서점에 버려진 아이 마야를 입양해서 키우고, 담당 영업사원인 어멜리아와 사랑에 빠지고, 그런 류의 이야기들이다.


- 중간중간 아주 시의적절한 주인공의 서평이 들어가 있으며, 많은 비유들이 책들과 작가들, 책 속 주인공을 활용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에 북미문학 특유의 sarcastic 한 문체가 어우러져 따뜻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유머가 곁들여지게 되었다.


- 인생의 많은 희비극 들이 재치있게 흘러가며 주인공 AJ의 삶이 마무리되고, 그 서점은 그래도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는 결말이 마음에 든다. 서점의 의미, 책의 의미 그런것들에 대해 요즘 나오는 [휴남동 서점]이나 [책들의 부엌] 같은 작품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이 책이 던지는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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