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산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김현화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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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은 에세이스트란 자의식이 과잉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감하게 하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


-기쿠타 미쓰요는 그 절묘한 밸런스를 비교적 잘 유지하는 이야기꾼. 늙어가는 자신에 대해 자학하지도, 너네는 늙지만 나는 괜찮아 라는 식으로 우쭐대지도 않고 자꾸 넘어지거나, 음식을 흘리거나, 눈이 침침해지거나,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폐경이 염려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쓰고 있음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건강검진을 하면서도 술 마시기는 포기하지 않는, 좋은 나이들어감을 하고 있다고 보여짐. 늙어감에 대한 염려는 35 정도부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변화는 45에 찾아온다니 그리고 그 때 느끼는 인정하기 싫다고 몸을 베베꼬지만 받아들이고 있는 감각을 독자에게 잘 예고하는 듯


-외국어의 한계인지, 작가의 필력인지 문체가 아름답다거나 화려하거나 통찰이 탁월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특별히 없으나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됨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그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테고, 나이와 결부시켜서 생각할 수밖에 없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큼 내 나이가 쌓이는 방식과 ‘나의 그릇‘을 사용한 세월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최든들어 몸소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낡지 않았는데 몸은 내 생각과 다르게 세월을 정식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20대 무렵에는 내가 쉰이 되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머지않아 쉰을 맞이할 나는 어엿한 60대와 70대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 나이를 맞이하지 못할 가는성도 있다. 우리 아버지나 친척, 친구들은 예순도 채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내심 두려워진다. 10년 전보다 훨씬 두렵다. 이것 또한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명백한 변화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음 생일이 찾아올 때까지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 뭐는 나이 탓이고 뭐는 아니라고 마냥 따지지만 말고 흰머리를 염색하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기도 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에 아연실색하거나 무심히 지나치기도 하면서 나를 담는 그릇인 몸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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