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의 자서전이다. 그는 현재 문화비평가이자 [뉴욕타임스매거진]의 기고 작가로서 프랑스에 가족과 거주하며 미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타락한 힙합문화에 취한 또래 집단을 향한 절연장이자 주변의 어리석음에서 나를 지킨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편지이자, 상상할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독창적이고 강력하고 매력적인 문화를 쌓아 올린 이전 세대 흑인들을 향한 헌사다."

토머스가 타락한 흑인문화를 탈피하고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그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준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문구가 눈이 띈다.

- 이 책에는 저자가 거쳐온 과거의 환경 및 또래 집단에서 엿보이던 특정 인물이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 또는 부적절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다.-

사실감을 살린 서술이 불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내겐 흥미롭고 진실성 있게 느껴졌다.

흑인인 아버지와 백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흑인이었다. 그도 흑인이라 인정하고 흑인다움을 갖기 위해 스스로는 타락시켰다. 토머스가 어렸을 때 라숀이라는 흑인을 알게 되는데 그의 폭력성을 보고는 그 모습이 진정한 흑인의 모습이라나고 생각하게 된다. 소유물, 겉멋, 외모만이 중요시되고 무식한 언행, 마약 복용, 문란한 섹스, 주먹다짐 등이 흑인문화인 것이다.

흑인 신생아 중 70%가 미혼모로 태어난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준비되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는 어떨까?

p.192~193 내가 살던 곳에서 흑인에게 책이란 슈퍼맨에게 크립트나이트와 같은 것이었다. 심한 발진과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알레르기원, 우리는 위대한 유방은 알아도 위대한 유산을 몰랐다. 괜히 작가 이름이나 거창한 말을 입에 올리면 엉덩이에 불이 났다. 우리 흑인 형제들은 시인이나 이론가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말을 조리있게 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손으로 말했고 학자나 신사 대신 운동선수와 래퍼가 되길 열망했다. -중략- 제일 중요한 것은 절대로 또라이나 호구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니까 생존하기 위해 내가 쪽쪽 빨아들인 동네의 관습에는 배움을 두려워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종차별은 아직 존재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세대보다는 자유의 폭이 넓어졌다.

흑인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같은 사람으로 배움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시 그에게는 바른길로 인도하려는 아버지가 곁이 있었다. 아버지는 많은 차별을 감수하며 살아왔다. 그런 차별 속에서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삶의 방식을 그의 아들에게도 가르쳐주고자 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의 자유를 존중했지만 학업에 있어서는 엄격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들도 교정하고자 노력했다. 그 덕에 그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으며 그곳에서 그동안 아버지가 강조했던 지식인의 삶을 깨닫게 된다.

흑인문화를 장기간 이탈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악영향으로부터 나 자신을 완전히 단결시켜야 나를 발현 시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p. 58 아들아, 넌 그냥 너의 경기를 하면 돼, 어리석게 괜히 뭘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내가 됐든 누가 됐든 남한테 신경 쓰지 마라. 침착하게 경기하고 네 마음의 북소리를 들어. 둥둥둥둥 머릿속으로 세면서 너만의 리듬을 만들란 말이야.

p. 67 세상을 마냥 장밋빛으로 보는 부류도 아니었다. 파파는 프랭키가 어떤 아이인지 알았다. 다만 의지의 힘을, 의미만 있다면 변화하기에 너무 늦었을 때란 없음을 무엇보다 굳게 믿었을 뿐이다. 하긴 언제 어떤 응원이 누구에게 효과를 발휘할지 누가 감히 예단할 수 있겠는가.

p.115 나는 흑이 좋다. 아들아, 흑이 인생의 현실을 더 잘 보여주거든. 후 순위는 아주 불리해. 그래서 더 영리하게 경기해야 하지. 머리를 써야 한단 말이야.

어린 시절 길바닥 양아치에서 진짜 세계로 나올 수 있었던 그의 이야기. 그의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 아버지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