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지는 이른바 다언증多言症이 도질 때면 경북 예천군에 있는 언총言塚이라는 ‘말 무덤’을 떠올리곤 한다. 달리는 말馬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말言을 파묻는 고분이다.

언총은 한마디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 말 장례를 치른 셈인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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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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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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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 들을게요"라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 귀에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문장으로 들렸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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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서 환患이 아플 ‘환’이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아…."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호칭 싫어하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죠. 그러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지시는 것 같아요.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醫術이 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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