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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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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는 첫머리에서 '나는 노르웨이의 현실과 한국의 현실을 비교해서 '선진성'의 '모범'을 들먹이며 한국인들을 질타하고 '계몽'할 의도가 결코 없다(p. 11)'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그리고 그가 약속을 지켰음을 인정한다. 이전에도 그랬듯 그는 머리로만 말하지 않고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말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일관성을 끝까지 유지한다. 그의 관점은 명확하고 그의 기준은 확고하다. 사회민주주의 국가 노르웨이가 행하는 모든 정책 속에서 인간, 특히 사회적 약자(Minority)에 대한 관심과 실제 혜택을 주는 정책이 확실하면 그는 자신있게 그것을 인정하고 칭찬하며 부러워한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일지라도 가식을 포함하고 있거나, 표면적인 것이 지나지 않을 때 그는 그것을 심각하게 비판한다. 물론 그가 선진성의 모범을 스스로 부각시키며 들먹이지 않지만, 독자 스스로 판단하고 고민할 여지는 충분히 제공한다.

인감됨에 대한, 선택의 자유에 대한, 폭력이 배제된 평화에 대한, 약한 자에 대한,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고통받는 자에 대한, 차별받고 멸시받는 자들에 대한, 그리고 조국 한국과 러시아에 대한 그의 애정의 수위는 감히 흉내내기조차 힘들다. 스스로가 자신을 '좌익'으로 규정하지만, 나는 사실 그를 좌익으로 부르고 싶지 않다. 그는 어느 한 편에 치우쳐서 편가르기를 일삼는 배부른 지식인이 아니다. 그는 늘 배가 고프다. 그는 내 인생에서 '사회 속의 아픔'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 준 최초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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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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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이라는 일본 연구서로 유명한 루쓰 베네딕트 여사는 단 한번도 일본에 가보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연구서가 수십 년 간 일본 연구서의 고전으로서 최고봉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책이 학계에서 받아온 평가의 진면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새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30-40년을 한 나라에 산 저자가 그 나라에 관한 책을 쓴다고 해도 그의 책에는 그 자신이 경험한 것들로부터 나오는 주관적인 견해가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다수의 연구서들이 짧은 체류기간에 개인이 제한된 공간 안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집필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쉽다. 한 때 한국을 휩쓸었던 일본 연구서적 열풍에서 출판된 책들의 내용이 너무도 명백하게 제각각이었던 과거를 떠올려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외부에서 객관적 연구자로서 개인의 주관을 배제하고 쓴 베네딕트 여사의 글이 미국의 대(對)일본관을 정립하는 일차자료가 되었다는 사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노자 교수의 노르웨이 연구서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는 일종의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인을 충분히 갖춘 것이 된다. 노르웨이가 가진 독특한 정치제도와 국가정책은 비록 그것이 외면적인 표방성을 갖춘 것이라 해도 쉬 이해하고 비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노르웨이의 외적 정치 형태와 정책 속에 깔린 이면의 원리와 사고, 의미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노르웨이의 전 역사의 전반적인 틀과 흐름을 알아야 하고, 노르웨이 정치, 사회 제도의 발전 과정을 알아야 하고, 노르웨이인들의 의식 속의 세부적인 민족관, 세계관, 이국관, 문화관 등의 대부분을 파악해야만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 민족의 의식을 가장 잘 반영하는 그들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가 노르웨이에 정착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책을 펴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의아함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의문은 거의 풀렸다. 그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그는 그 짧은 기간 내에 노르웨이어를 읽고 말하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노르웨이 언론이 발행하는 전국의 대부분의 잡지와 신문을 읽고 그것들을 사상별로 분류하고 논지를 정리하고 비판하는 수준에도 이르렀다. 노르웨이 한 나라의 국가적 상황과 정치를 유럽 전체와 서구 세계 전체, 심지어 중심부, 준주변부, 주변부 - 그가 늘 분류하듯 -까지도 확장하여 해석하고 적용하는 단계에도 이르러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세계 제일의 복지국가, 인권국가, 낙원적 국가로 광범위하게 인정받는 노르웨이 사회의 이면에 깔린 이중잣대와 비인간성, 모순과 같은 허(虛)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그는 '일상적인 진보의 양지 아래 숨겨진 어두운 그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비판은 여전히 슬픈 가슴의 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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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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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나 개인에게 그들이 살았던 그 20년간의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누군가가 권유한다면, 나 역시 주저하겠죠. 대답을 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요.

'네, 그런 삶을 한 번 살아보고는 싶어요. 참 매력적이잖아요. 좀 힘들긴 하겠지만요. 헬렌이 책에서 그 곳을 왔다간 사람들의 대부분이 한 이야기를 요약해서 정리한 구절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이것을 좋은 생활방식이다. 이런 삶의 방식을 그들에게는 훌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가 그 생활을 참고 견디어야 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는 말요. 좋은 줄도 알고, 멋진 줄도 알고, 가치 있는 줄도 알지만, 사람들은 이런 삶을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지요. 그렇지만 어쩌면 결정적이랄 수 있는 한가지 맹점을 이야기 할 수 있지요. 비록 문제가 있는 문명 세계이긴 하지만, 그 문명 세계 안에서 느끼는 매력이 있잖아요. 스릴, 흥분감, 편의.... 이런 건 사실 마취제 같은 거죠. 사람들이 선하고 착한 배역보다는 잘생긴 악역 배우에 더 끌리는 것과 같은 거죠.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요. 아직은 도전할 것이 많은 젊은이니까요...좀 이중적이죠? 생각과 행동이 다른.... 그렇지만 그냥 휘둘리며 살지는 않을 겁니다. 노력하면서 살 거고, 생각하면서 살 겁니다. 정신과 영혼을 흐느적거리며 조류에 내맡기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아요. 신념을 갖고 살 거예요. 그것이 아름답다고 믿으니까요. 최대한으로 '이 안에서' 사람답게 살아보는 겁니다. 정말로 그래야 될 때가 됐다는 확신이 들면, 그럴 필요가 확실해지면 그 때는 이 책을 교과서 삼아서 한번 살아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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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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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전 이들이 신념을 갖고 살았다는 것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사실 생각해 보면 그래요. 개인의 의견과 행동방식이 가장 잘 보장되고 존중받는다고 하는 21기 자유민주주의, 포스트모던 사회라고들 하죠.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획일성의 쳇바퀴 안에 갇혀 사는 것 같아요. 자유민주주의는 누구나 생각과 의사 결정과 행동의 자유를 개인의 의지에 따라 구가할 수 있는 사회이고, 더군다나 20세기 중반 이후 떠오른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이 갖고 있던 발전모델의 획일성을 뛰어넘은 새로운 형태의 조류라고들 말하잖아요. 그렇지만 한번 잘 살펴보세요. 이름은 정말 거창해요. 그렇지만 이 거창한 사회학적 용어 뒤에서 여전히 기고만장한 활력을 자랑하며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획일성을 늘 확인하며 살고 있지요. 어느 세대보다도 자유로운 생각의 소유자라고 하는 청소년들, 젊은 사람들을 한번 보세요. 안 그런 사람도 많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겠죠. 그렇지만 정말 많은 다수의 사람들... 완전히 노예잖아요. 상업주들한테, 광고주들한테, TV제작자들한테 길들여진 노예. 광고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전력에 따라 모두가 겉멋에 길들여진 노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들 노예가 돼 있는 거죠. 그 잔혹한 '왕따'현상이 왜 생기나요? 왕따는 완전히 사형선고잖아요. 왕따를 지배하는 사상은 '잰 우리와 달라!'라는 획일주의의 산물일 뿐이거든요. 그 외에도 많죠. 그렇지 않은 예를 드는 게 더 힘들죠.

어른들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과거로부터 아름다운 긍지를 가지고 지켜왔던, 일반적인 선(善)한 공동체 윤리는 좋은 것들이죠. 비록 좀 획일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요.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점점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져 가죠. 오히려 안락(安樂)이니 화려함, 이기(利器)니 하는 명분에 길들여져서 둔감해져버린 사치와 자만, 쾌락의 정신이 획일적으로 이 시대를 지배한다는 거예요. 결국 이러한 '오직 몸을 위한' 가치들이 환경도, 정신도, 판단도, 진실도, 인간성도, 왜곡시키고 파괴한다는 겁니다.

너무나도 길들여져 있기에 점차적으로 갈아 먹힘을 당하는 고통의 감각마저 상실당한 현대인의 전형 말이죠....상실의 시대.....부끄럽지만 저 역시 다를 것이 없어요..

다행스러운 것은 이곳 저곳에서 자그맣지만 잦은 외침들이 울려난다는 겁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대전(大戰) 이래로 계속되는 목소리들이지만, 우리는 이제야 그 목소리를 조금씩 듣고 있어요. 그나마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어렴풋함이 들리다가는 곧 물러가고야 마는 작은 소리일 뿐이예요. 미국에서 1954년에 나온 책이 한국에서 2001년이 돼서 나왔잖아요. 세기 수로는 벌써 한 세기가 지났지요.

물론 우리 기성 세대들에게 이 문제를 탓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먹고 사는 문제도 이제 겨우 해결한 우리에게, - 사실은 이마저도 아닐 수 있고요 - 끝을 모르고 달려온 우리의 개발 시대의 기성 세대분들에게 ''당신들의 수고는 왜곡된 현실만을 남겨주었을 뿐이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기도 하고 사실은 정당하지도 않아요. 늘 그렇듯이 반성과 후회는 지나간 이후에야 오는 법이니까요. 오히려 우리는 특권을 누린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누릴 것을 다 누린 서구 사람들이 그 문명의 끝간데서 잘못을 반성하며 돌아서는 것을 보니까요. 브레이크 밝는 모습을 보여 주잖아요.

물론 제가 스코트와 헬렌의 시도가 가장 합리적인 것이라고도, 올바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는 생각하는 것은 아니예요. 좁은 땅 대한민국에서 행하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있지요. 또 그 사람들이 했던 그 선택은 어쩌면 그 자신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 부분도 있으니까요. 헬렌도 그렇게 인정하잖아요. '나' 자신만이 아닌 '나를 포함한' 인류의 유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공헌하는 효과적이고 온전한 것이었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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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광인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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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Simon Winchester)의 글쓰는 과정을 보며 배운 부러움이다. 그것은 그가 글을 마무리하며 언급한 '감사의 말(acknowledgement)'로부터 받은 감흥이었다. 그는 무려 4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쓰여진 많은 책들에서 형식적으로 예의상 언급하는 감사의 말과는 그 격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이 40여명의 사람들의 소속과 거처가 각각 다르며, 그들 대부분이 서로 친분 관계가 없는 이들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윈체스터는 세계적의 방대한 지역을 돌며 활동하는 저널리스트답게 사료를 수집함에 아낌없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어쩌면 단순한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 그래서 책상 앞에서 문서화된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멋들어지게 구성하는 것으로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책 속에 나오는 모든 현장을 빠짐없이 발로 뛰며 사람을 만나고 상황을 재구성하며 진정 프로다운 모범을 보여주었다. 빈약한 연구자료와 풍설만으로 인기와 명예를 구하는 일부 인스턴트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체적인 구성에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제공한 세종서적에 감사한다. 조만간 12권 짜리 옥스퍼드 사전을 찬찬히 살펴보며 수만 참여자들의 땀과 호흡을 느껴볼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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