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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0년 8월
평점 :
자연의 섭리 속 인간, 그리고 사회
인간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인간은 때로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을 전유하기 쉬워졌기 때문일까?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면서, 별개인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자연의 다른 종들과 공유하는 특성을 상기시킨다.
인간이기 이전에 자연의 일부로써 ‘동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책에 대한 흥미가 반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놀라운 건, 자연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뒤
우리가 여타 생물들과 어떻게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파악한 것이다.
작가가 자연스러운, 자연적인 인간을 고찰하고자 해서 그랬던 것일까?
사실 이 책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획기적인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는 개념들, 널리 알려져 있는 개념들 사이를
촘촘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이라는 기틀에 입각해 인간 사회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자연적이고, 기본적인 생각을 담은 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인간과 사회, 개인과 사회, 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틀이 잡힐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각자 나름의 흥미로운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생각의 얼개를 잡고 있었던 것들이 뚜렷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개인과 사회에 대해 다소 범박하게 배워서
생각과 생각 사이에 빈틈이 꽤 많은 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 책을 지금이라도 만나 그 빈틈을 채워나갈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
“국가를 떠올리든, 어떤 부족을 떠올리든, 심지어 동물의 무리를 떠올리든 간에
한 사회란 단순한 가족을 넘어 비슷한 다른 집단과 구분되는 공동의 정체성을 갖고,
세대를 거쳐 끊이지 않고 유지되는 개별 집단을 말한다.”
책 <인간무리> p.43
‘인간’과 ‘무리’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단어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곤충학자라서
사회에 대한 나름의 특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나니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주려고 한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여타의 종이 누리지 못하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 시작을 가능하게 만든 인간의 고유한 특성을 설명한다.
개인들이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 ‘익명을 포용하는 힘.’
그리고 ‘자발적으로 사익을 지양하여 공익을 추구하는 힘’ 덕분에
인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넓은 지역에 걸쳐 커다란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저자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를 설명하면서
저자도 그의 생각에 일부 동의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회는 거기에 속한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사회적으로 구축되는 공동체이다.’라는 생각이다.
“인간은 자기가 하는 모든 일을 일종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고
그것이 전하는 바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해석한다.
더 나아가 그 이야기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확장되어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사회적 규모의 이야기로 바뀐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더 큰 이야기가 제시하는 기대의 그물망으로 들어간다.
그 속에는 일, 돈, 결혼 등에 대한 규칙과 기대가 담겨있다.”
책 <인간무리> p.275
인간은 사회에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적인 정체성을 인지해 간다.
공동의 표지들을 인식함으로써 ‘나는 어떤 집단에 있구나.’를 인식하는 것이다.
“외부자를 향한 폭력이 사회를 온전히 유지시키기 우해 부과되는 의무이든 아니든,
자기 자신을 외부자, 특히나 적이라 여기는 존재와 대비시키면
우리 사회를 일상의 중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욕망을 통해 하나로 뭉치게 된다.”
책 <인간무리> p.369
인간은 타인을 대할 때만큼은 동물적이다. 나와 다르다고 여기는 순간 경계하는 것이다.
나의 무리에, 집단에 속하지 않는 개체를 외면하고,
폭력을 가하기도 하는 건 동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성이다.
그러나 인간이 여타 동물과 다른 이유는 우리는
‘겉으로는 우리와 공존 불가능해 보이는 타인들과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종들과 달리 다른 집단의, 익명의 타인을 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쟁이 일어나는 이유도, 혹은 국가 내부에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도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집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혹은 그들을 나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내 생각대로 전유하고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과 공존한다. 여러 자본을 공유하고, 교역하며, 소통한다.
이것이 인간 사회가 특별한 이유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과학적 발견들이 더욱 정교해져서 타인을 포용하고,
익명의 개체들을 포용하는 힘을 강화시키는 것이
사회의 폭력과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런 논리를 펼치는 건 많이 경험했지만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건 처음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
“인간 사회들은 자원을 두고 벌이는 경쟁을 줄여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함께 협력함으로써 훨씬 큰 이득을 얻는데,
다른 동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책 <인간무리> p.380
저자가 수도 없이 언급한 다양한 생물들의 사회들과 확연히 차이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침팬지, 보노보, 아프리카사바나코끼리, 개미 등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종들 중에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순수한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나의 본성이 억압되는 걸 용인하는 종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설령 보호하고, 부양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체 보전’이라는 본능에 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타인을 위해 나의 본성을 자제할 줄 안다.
그게 ‘도덕’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익의 지양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개체의 이익 보호.
이를 테면 개인의 합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익의 추구로 이어진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가 허용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구성원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가지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따라서 본질상 사회 구성원이 되는 일은 선택권을 줄여 자유의 상실을 가져온다.
(…) 사람들은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만 사실 자유에 가해지는 사회적 제약 역시
자유 그 자체만큼이나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다.”
책 <인간무리> p.581-582
물론, 사회가 실질적인 것인지, 명목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란은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저자는 사회를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유효하고 실질적인 힘이기 때문에,
원자와 분자를 결합시키는 물질적인 힘만큼이나 구체적인 사실’이라고 보았다.
이런 관점이라면 위와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나도 이 관점에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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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사회에 대한 특성들을
자연의 특성을 덧붙여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인간 사회를 파고들기 때문에
몇몇 현상들을 설명하는데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과 같이 생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인간과 사회를 고찰하는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해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생각의 새로운 관점이 열리는 흥미로운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크 모펫의 <인간 무리 – 인간은 왜 무리지어 사는가?>를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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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논외일지 모르겠으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나의 생각 한 가지를 덧붙여 보고 싶다.
인간은 분명 다른 생물 종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고력, 세상을 전유하는 방식,
현상 너머의 세계까지 향유할 줄 아는 신비함까지.
가히 신의 걸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논쟁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놀랍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듯이 인간의 행동들은
자연의 동물들 속에서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그 특성을 기반으로 인간이 배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
우리를 가르쳐 줄, 우리의 기반이 된 자연이 사라지는 건
결국 우리 존재의 생존 여부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말 세상을 전유하려면 오히려 전유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있는 그대로 공존하는 모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건 수많은 생물 종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생물들의 익명성을 포용하는 힘,
인간 무리의 이익을 스스로 지양하여 자연 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수 있는 힘,
그런 힘을 진정으로 추구하고, 증명해 나가는 일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