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학교 복도에서였다. 복도에 붙어 있는 누군가의 서평이었다. 총균쇠나 이언 모리스는 알고 있었으나(그렇다고 본 건 아니지만) 유발 하라리라는 이름은 처음 보았다. 이런 저런 빅픽쳐들을 소개하는 책이 최근 쏟아져나오는지라(혹은 대중에게 자주 노출되는지라) 그런 비스무리한 것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래도 역시 자주 노출되면 언젠가 관심 한 번은 가져주듯이 서평을 주욱 훑어보았다. 인류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그리고 앞으로 걷게 될 발자취를 모아 둔 책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하는 데서 호기심이 끌렸다. 마침 빅 히스토리에 대한 입문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름 고민하고 있던 차에 적절한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샀다. 그리고 대략 100일 정도는 다른 것 한답시고 까맣게 잊었다.(사실 그동안 살만 칸의 책이나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보았다.) 그동안 총균쇠와 이언 모리스의 책들을 슬금슬금 모으면서 어떤 것부터 집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역시나 이 책을 집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나마 있는 책 중에 제일 글자도 큼직하고, 컬러풀하고, 최근에 나왔으며 페이지도 상대적으로 제일 적으니 가볍게 볼만하겠지란 마음이었다.

이런저런 루트로 인류의 발전상을 심심찮게 접해봤다면 이 책의 내용이 그렇게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이라는 4개의 장으로 소개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한번쯤은 어떻게든 본 거다 라는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인지혁명과 그에 따른 현대 인간 종의 이동, 그리고 전 세계를 집어삼키는 과정은 이전에도 언급되어 온 내용이듯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별개의 내용들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보아야 한다. 책에서 저자는 계속해서 이런 흐름들이 다같이 일어나고 있으며, 점차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다. 인지혁명으로 인하여 호모 사피엔스들은 더욱 넓은 범위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런 큰 규모의 사람들을 응집할 수 있음으로써 비로소 기존 동물들과는 차원이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보통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농업을 시작하였고, 그 흐름은 새로운 축을 만들어내면서 본격적인 역사의 시대를 연다. 비록 개개의 행복이 늘어났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그런 방향으로 계속해서 전진했다. 하나로 통합될수록 우리의 크기는 점점 커졌고, 그 속도는 생물학적 진화로는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점이다. 그동안 분절적으로 생각해왔던 역사를 하나의 큰 흐름으로 다시 재조명하는 일은 작지만 작은 일은 아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말이다.

또다른 큰 축은 과학이다. 과학혁명, 즉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다라는 것을 전제하고 그것을 밝히며 현실에 적용하는 방법론이 등장하고 난 이후로는 이전까지 해왔던 모든 변화보다 더욱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우리도 생각지 못한 것을 해낼지도 모른다.(자세한 미래에 대해서는 이 책이 아니라 '특이점'관련 책을 참고하길 추천한다.) 이런 커다란 흐름들을 하나의 책에 집어 넣은 것이 하라리의 소소한(?) 업적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식상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으나 우리가 이렇게 최대한 깔끔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얼마나 많이 보았을지 생각한다면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축소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위에 의존하는 설명은 별로지만 그 유명한 다이아몬드 교수의 평을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책에서 잊어버린 내용도 많고 간략하게 정리되어 그 구체적인 설명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많아 구구절절 늘어놓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간략히 줄이자면 이 책의 의의는 인류가 지나온 발자취, 그리고 거기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과 방향을 명확히 짚어낸 것에 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살펴보길 권한다. 물론 옮긴이의 말처럼 디테일에서 이런저런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라리의 주장은 유효하다. 우리는 더욱 더 커져왔고, 날로 새로워졌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더욱 생각해보아야 하겠지만 이런 진로가 갑자기 틀어지는 것보단 유지되는 편이 더 가능성도 높고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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