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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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작년 여름 아이들과 함께 대전을 갔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을 들렀다. 여기저기 다니며 이책 저책을 뒤지다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 일단 목차를 보고 나니 책을 그냥 덮을 수 없었다. 왜 사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부터 흙수저와 금수저, 국가와 조폭의 비교, 독재자 등 사회에 대한 부분도 있고, 정의와 진리, 과학적 지식, 그리고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불편한 질문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저런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없어도 관심은 있으니 책을 그냥 덮을 수가 없었다. 읽다가 포기하더라도 일단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걸 욕심이라고 하겠지. 그래도 일단 계산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저자는 고등학교 철학교사로 지금까지 약 철학 관련 책을 10여 권이나 쓴 나같이 철학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철학을 소개하는 대표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에서 운동선수가 매일 근력운동을 하고, 피아니스트도 손을 푸는 훈련을 거르지 않듯, 철학자도 매일 불편한 생각을 하면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런 질문들로 인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는 정신훈련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한 질문 22가지 들을 책에서 추려 담았으며, 저자가 쓴 내용은 예시 답안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물론 예시 답안이므로 정답은 없다. 그걸 통해 내가 가진 정답도 찾아봐야 하는 것이 진짜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고 했지만 그렇게 불편한 질문은 몇 개 없었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서로 간의 생각이 좀 달라 약간의 논쟁거리는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생각하지도 못할 내용을 한번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책을 읽어보니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살고 있나?

그대가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면 존재 욕구를 키워나가야 한다. 평생에 걸쳐 이루고 싶은 욕망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답할 수 있어야 자신의 인생을 올곧고 튼실하게 가꿀 설계도를 손에 넣는 셈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하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부분을 읽고 보니 왜 그동안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기분 좋게 잘 놀고 즐기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그냥 한순간이었을 뿐이다.

 

경쟁은 싫지만, 승자는 되고 싶다면?

경쟁에서 행복해지려면 우리는 전략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타고난 성향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모든 승부에서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기지 못하는 경쟁이라도 배우고 얻을 것은 있게 마련이다. 결정적인 패배는 나의 한계와 문제점이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점이 있다. 승부가 아닌 성장의 관점에서 지금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한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는 정상일까?

광기는 다양성이라는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인류문명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열쇠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광기는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미친 행동이고, 다시 말해 정상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럼 정상적인 정신상태는 어떤 상태인가? 정신의학자의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람의 질병을 앓고 있다. 나아가 천재들은 광인에 가깝다, 베토벤, 고흐 등등. 천재적인 광기로 뭉친 시인과 예술가, 과학자 없이 이성적인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과연 정상적인가?

 

인간다운 죽임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죽음은 삶의 결론이다. 결론이 아름다워지려면 그때까지의 과정이 훌륭해야 한다. 적절한 죽음은 충분한 사색과 치열한 준비를 통해 완성된다. 순간 찾아든 강렬한 감정이나 솔깃한 말에 넘어가서 택한 죽음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 나아가 적절한 인간다운죽음은 제대로 된 선택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목차에 나오는 내용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가까운 사람들이랑 이런 내용으로 토론을 해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난 없다. 이런 얘기 하자고 하면 누가 좋아할까. 나도 하고 싶었다며 환영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지금 저런 질문한다면 배부른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것 같고, 답답하고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것 같았다. 그래도 난 하고 싶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소신을 내세우는 리더는 독재자인가?’라는 부분이다. 난 사실 이 부분이 두려워 소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소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소심한 리더가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직원들 말을 잘 들어주는 좋은 상사일 수도 있으나 리더로서 본인의 소신을 내세우고 직원들을 이끌고 가주기를 원하는 직원들 처지에서는 무능한 상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소신 있는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몇몇 내용이 소개하고 있는데 소신 있는 지도자는 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항상 옳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며,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 대중의 욕망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소신 있는 지도자는 토론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좀 더 정교하게 현실에 맞게끔 가다듬을 줄 안다고 한다. 이런 소신과 고집 사이에서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은 비단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선거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난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나? 그냥 모르고 덮어두고 지금 내 앞에 당면한 문제들만 잘 헤쳐나가기만 하면 되는가? 저런 고민은 철학자들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하니 머리가 아파지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그럼 난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단순히 먹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배짱이 같은 인간이 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결론은 내렸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든, 없다고 생각하든 난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인간이니까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자. 고민될 때는 고민하고, 고민이 안될 때는 그냥 내버려 두자. 이런 고민에 대해 같이 공감해줄 사람이 주위에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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