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가족
고은 글, 이억배 그림 / 바우솔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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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딸에게 조부모는 저희 친정엄마, 즉 외할머니만 살아 계시고

친척들도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 가족의 의미를 잘 모르더라구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넉넉하고 든든한 가족,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비록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알려주고 싶고,

먼 친척이지만 그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어떤 기분인지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얼마 전 척박하고 가파른 땅 티벳, 풀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유목살림 천막을 치고 양떼를 몰며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고은 시인님의 <5대 가족>을 알게 되었습니다.

험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면서도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이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넘어서서 연장자에 대한 존경의 당연함과 대자연의 흐름을 깨닫게 됩니다.

 

 

티베트 검은 바위산 비탈 밑에 숨어있는 풀밭 위에는

나이를 알 수 없는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쌍둥이 형들과 여섯 살배기 텐진, 이렇게 5대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있습니다.
고조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할아버지도 텐진에게는 다 할아버지였습니다
.

 

 

총총한 밤하늘의 별을 세다가 온가족들이 한자리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꿈을 꾸지만 아름답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5대 가족의 모습에서

각 세대에 걸친 권위나 서열 대신 가지런한 행복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5대 가족은 압니다. 연륜 많은 고조할아버지만이 지닌 삶의 지혜를..

납작 엎드려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풀밭을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고조할아버지이니까요. 

나이조차 알 수 없고 귀머거리가 된 고조할아버지, 우리 사회에서는 과연 어떠했을까요.

슬프게도 서로에게 노부모 부양을 미루거나 요양원에 모시겠다며 아웅다웅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5대 가족에게는 그들 삶의 터전인 자연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가장이자 존경받아 마땅한 연장자입니다.

 

 

아이와 함께 <5대 가족>을 보며 저는 가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지만

이 책은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가족의 관계 뿐 아니라

탄생과 죽음, 소수 민족의 문화와 자연에 대한 메시지 등 여러 화두를 툭툭 던져줍니다.

조금 큰 아이들과 본다면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5대 가족이 유목 살림을 꾸려 풀밭을 찾으러 가는 장면에서

거대한 송전탑에 눈길을 줄만도 한데 행운을 기리는 돌탑과 풀밭을 향한 그들의 시선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렇듯 다소 어렵고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그림이 환상적이어서 마음을 편하게 무장해제 시켜놓기도 하네요.

 

 

아이에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어른에 대한 존경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지 알려주었으며

제게는 수평적인 가족상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진정한 가족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접근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이 인상적인 책 <5대 가족>의 서평은 이렇게 마치구요,

좋은 책 만들어주신 바우솔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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