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글.그림 / 북극곰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북극곰출판사의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를 소개해 드릴게요.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의 신간 소식을 보고는 딸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보다 제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답니다.

 


제 친정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떠난 지 벌써 3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슬픔, 안타까움, 미안함, 애틋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죽박죽되어서 주체하기 어렵거든요.

아버지 이야기에 벌컥 쏟아지는 제 눈물에 당황했던 이도 참 많았습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는 것이 죽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랑하는 가족, 특히 유난히 사이 좋았던 아버지이기에

그 이별을 인정하기 싫었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고 가슴 깊이 묻고 사는 것이 지금도 참 어렵습니다.

 

이야기는 "사랑하는 아빠에게"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막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검정색 옷차림의 준이와 윤이 남매 그리고 상복을 입은 엄마의 모습..
아이들은 슬픔에 잠긴 엄마에게 아빠는 어디로 계시는지 물어보고 엄마는 아빠가 아주 먼 고요한 나라로 가셨다고 대답합니다.

 


아이들은 먼 곳에 있는 아빠에게 편지를 써서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려요.
사실은 저도 아버지 돌아가시고 보낼 곳이 없는 편지를 한참 썼어요.

정말 하늘나라가 있어서 편지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리면 아버지가 보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전혀 성인답지 않은 생각도 하고 그랬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제 모습과 꼭 닮아 있네요. 제가 실은 어른애입니다~

 


 
아이들이 날린 그 종이비행기는 방에 걸린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아이들도 그림 속의 세계로 따라가지요.

고요한 나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발견한 부엉이가 든 우체통 속에서 아빠의 소포를 받지요.

 

 

소포 속의 소라를 통해 익숙한 공간 - 언젠가 엄마와 아빠와 남매가 놀러갔던 바닷가 - 에 다다른 아이들은 아빠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아빠는 바람이 되어 아이들을 살며시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 줍니다.

 

 

네, 그곳이 바로 아빠가 계시는 고요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비로소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답니다.

 


이번 책은 읽어 주기 참 힘들었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꾹꾹 눌러가며 정말 힘들게 읽어주었어요.

딸아이가 제 맘을 살짝 눈치 챘는지 "할아버지도 고요한 나라로 갔나요? 하늘나라가 고요한 나라인가." 하네요.

 


 
5살도 채 안된 어린 나이에 외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그리고 애완 햄스터, 세 번의 죽음을 경험한 우리 딸은
죽음이란 '하늘나라로 가서 영영 못 만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서 영영 만나지 못하지만 그리워하고 추억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한 그렇기에 현재 함께 하는 우리가족, 친구들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했어요.

사진에는 없지만 할아버지에게 삐뚤빼뚤 그림을 그려 비행기처럼 날려보기도 했어요.

 
저 또한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어요.

준이와 윤이 남매의 아빠처럼 제 아버지도 가족의 곁을 지키고 필요할 때 손길을 내주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추운 날의 따스한 햇살이, 무더운 날 시원한 바람이 아버지라 생각하며 슬픔은 내려놓고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네요. 

 
이제 제 개인적인 이야기는 접어두고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의 이야기에 대해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볼까요?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이지만 이야기는 자체는 축 쳐지지 않고 오히려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아 흥미롭기 까지 하답니다.

종이비행기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 도 그렇거니와 고요한 나라로 가는 버스의 손님들이 참 우습지요.

아이들의 두 손이 겨우 들어갈 만한 조그만 우체통 속에선 부엉이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지요.

소포 속 소라를 통해 들어간 동굴 안엔 추억속의 바닷가가 있고 그 주변엔 아빠와의 추억이 있는 물건들도 있어요.

바람이 된 아빠를 만나는 장면에서 나타나는 닭, 꽃, 물고기 모양의 천사들 혹은 영혼들도 상상의 나래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죽음에 대해 직접적인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죽음을 숙연하되 너무 깊은 슬픔으로 빠지지 않도록 잘 이끌어주는 동화였어요.

그림 또한 따뜻하고 페이지마다 연결이 되어서 아이들이 연상을 하며 책을 보기에 좋게 그려져 있네요.

버스에 타고 있던 손님들은 뒤 페이지에 또 나오고 바닷가에서 하늘로 두둥실 떠올라가는 펭귄과 풍선들도 앞 페이지에 나왔던 것들이죠.

그림 하나 하나에 다 의미가 있어서 상상을 풍부하게 하게 됩니다.

 

오늘의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의 서평을 아렇게 마치고요.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죽음과 현재의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시고, 저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신

북극곰 출판사와 우리아이책카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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