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물만두 > howmystery.com 회원들이 뽑아주신 리스트

이 글은 howmystery.com 회원들이 뽑아주신 리스트를 정리한 것입니다. 비교적 구하기 쉬운 책으로 입문자에게 적당한 듯 합니다. 참여해주신 회원분들게 모두 감사 드립니다. 역시 회원분들의 다양한 취향이 잘 드러납니다. 본격, 고전, 하드보일드, 경찰수사, 스파이, 심리스릴러 등 입문자에게 최고의 선택이 되겠네요.  원 글은 자유게시판 1630번 글로 이곳입니다.

리스트의 표시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품, 작자, 출판사, 코멘트’ 순서는 코멘트의 게시 순이고 순위 등이 아닙니다. 출판사는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출판사만 표기했습니다.

음울한 짐승(3표), 에도가와 란포, 동서문화사
이상 심리를 잘 표현한 수작
개성이 강하면서 신비로운 작품
심리적 압박감, 탁월한 스토리 텔링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까치 (타 출판사에서 재간 예정)
문장과 흐름이 좋은 작품

장미의 이름(3표),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추리소설을 더 넓은 분야로 이끈 소설
금세기 최고의 현학적 미스터리 소설
엄청난 정보량 속에 유머와 서스펜스가 뛰어난 수작

9마일은 너무 멀다(2표), 해리 케멀맨, 동서문화사
단편 추리소설의 진수
단순명료하면서도 지적인 재미가 넘치는 소품 단편집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존 르 카레, 해문출판사
사실적이고 감상적인 결말

죽은자와의 결혼, 월리엄 아이리시, 해문출판사
부조화 속에 이상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출판사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긴장감

X의 비극, 엘러리 퀸, 국일문화사
추리소설의 조건을 가장 잘 갖추고 있는 작품

황제의 코담배케이스(2표), 존 딕슨 카, 해문출판사
심리적 트릭의 진수
추리소설 초입자에게 최적의 소설

10  오리엔트 특급 살인(2표),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출판사
추리소설의 재미를 만끽한다
개인적인 최고의 작품

11  반지의 비밀, 엘리스 피터스, 북하우스
추리소설 중 가장 로맨틱한 작품

12  헤르메스의 기둥, 송대방, 문학동네
국내물 중 가장 뛰어난 팩션(제가 임의로 단 코멘트입니다)

13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멋진 반전과 더불어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

14  우부메의 여름(2표), 교고쿠 나츠히코, 손안의책
낯설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무언가에 홀린듯한 독서체험
머리가 하얗게 되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준 작품

15  10일 간의 불가사의, 엘러리 퀸, 동서문화사
일급 본격물 그리고 여운도 깊은 작품

16  가짜경감 듀(3표), 피터 러브시, 동서문화사
재미있다 외에는 별 말이 필요없는 작품(제가 보강한 코멘트입니다)
플롯팅의 절대 강자, 흥행의 보증수표
재미있고 유쾌한 추리소설

17  환상의 여인, 월리엄 아이리시, 해문출판사
순식간에 읽힌다

18  삼나무 관,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출판사
과장되지 않은 논리적인 추리

19  그린 살인사건, S.S.반 다인, 동서문화사
당시 추리소설의 수준을 확 끌어올린 작품

20  수정마개, 모리스 르블랑, 까치
모험 미스터리의 진수

21  화요일 클럽의 살인(3표),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출판사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13개의 추리극
각 단편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트릭과 재미를 주는 마플양 등장 걸작 단편집
심심하면 읽는 책

22  신의 등불(엘러리 퀸의 모험에 수록), 엘러리 퀸, 동서문화사
역사상 가장 대대적이면서 교묘한 하지만 너무나 단순한 트릭

23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P.D.제임스, 일신(황금가지에서 재출간 예정)
지리한 진행 그리고 소름끼치는 전율, 추리문학의 정점

24  마지막으로 죽음이 온다, 애거서 크리스티, 해문출판사
푸아로와 마플이 나오지 않는 작품 중 ‘그리고 아무도…’와 함께 최고로 즐거웠던 작품

25  숲을 지나가는 길, 콜린 덱스터, 해문출판사
독자를 가지고 노는 작가는 흔치 않다

26  엘러리 퀸의 모험, 엘러리 퀸, 동서문화사
엘러리 퀸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단편집

27  경찰혐오자(2표), 에드 맥베인, 황금가지
경찰 소설의 효시, 탁월한 재미
경찰 소설의 효시

28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청림출판
하드보일드에서 탁월한 반전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소설
- 이미 절판된 소설로 구하기는 다소 어려운 작품입니다. 다만 책이 최근에 일정 배포돼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29  네 사람의 서명, 아서 코난 도일, 황금가지
모든 추리소설이 이 책에서부터 시작됐다

30  , F.W.크로프츠, 동서문화사
이 책을 시작으로 독자는 탐정을 바라만 보지 않게 됐다(제가 보강한 코멘트입니다)

31  빅 슬립, 레이몬드 챈들러, 북하우스
필립 말로의 첫 데뷔작(보강한 코멘트입니다)

32    푸코의 추(2표),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도입부만 넘기면 흥미진진한 보물 상자
책 자체가 거대한 음모

33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 태동출판사
깔끔한 문체, 깔끔한 구성, 깔끔한 결말

34  사라진 시간, 빌 벨린저, 해문출판사
마지막 장에 이르러야 작품 전체의 내용이 파악되는 독특한 구조

35  살의, 프랜시스 아일즈, 동서문화사
범인의 시각으로 범인의 심리를 통해 작품을 읽어나가는 재미

36  피의 수확, 대실 해밋, 동서문화사
하드보일드의 원점, 거칠지만 사실적인 문체로 장르의 틀을 확립한 작품

37  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북하우스
하드보일드의 정점, 모호한 사건과 밝혀지는 비극, 결국 작품 전체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완벽한 제목

38  소름, 로스 맥도널드, 동서문화사
하드보일드의 종착점, 높은 완성도와 충격적인 반전

39  재앙의 거리, 엘러리 퀸, 동서문화사
비극 시리즈와 동격, 라이츠빌 시리즈

41  재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동서문화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전개(제가 보강한 코멘트입니다)

42  Y의 비극, 엘러리 퀸, 국일문화사
굉장한 몰입감

http://www.howmystery.com/zeroboard/view.php?id=news&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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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패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

 * Postmortem 검시관,  법의관


 * Body of Evidence 잔혹한 사랑,  소설가의 죽음


 * All That Remains 남아있는 모든 것,  하트잭


 * Cruel and Unusual 흔적, 사형수의 지문


 * The Body Farm 배반의 얼굴,  시체 농장


 * From Potter's Field   카인의 아들


 * Cause of Death 악의 경전


 * Unnatural Exposure


 * Point of Origin


 * Black Notice


 * The Last Precinct


 * Blow Fly


  * Trace (2004)

 * Predator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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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비연 > 맑고 향기로운 글들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맘 때면 그렇다. 사람들에게 부대끼는 게 힘들고 일년의 사분지 삼을 보내며 느껴지는 허무감 같은 것들도 속내에 배이고 그래서 훌쩍 뭔가 혼자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그래서 고른  책이 이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몸이 떠나지 않아도 마음의 해방감과 자유를 얻을 수 있어....행복했다.

아무도 없는 고적한 산중에 삶의 터를 잡고 홀로 정진하시는 스님은, 우리가 못 보는 혹은 잊고 지내는 세상을 보고 계신다. 꽃이며 나무며 굴러다니는 잎새 하나에서까지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 중에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고마움을 느끼시고, 한밤의 텅빈 고요 속에서 오히려 삶의 향기를 음미하시고, 팍팍하게 밟히는 흙에게서 건강의 소중함을 되살리신다. 너무나 바쁘고 쫓기듯 살아가느라 정말 중요한 것들을 외면하며 살아가는 나에게(어쩌면 우리에게) 진실로 기억해야 할 게 무엇인가를 참으로 진중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주옥같은 글들이 날 평온하게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 것도 더 알려고 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더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지식으로부터의 자유, 소유로부터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사람이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이웃들과 정을 나누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등 살아있는 생물들과도 교감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을 잊고 살아간 게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냉정한 사람들 속에서 늘 허전함을 느끼나 사람이 제일인 줄 알고 주위를 더 둘러보지 않은 나를 탓하게 된다. 화분 하나에서도 느껴질 수 있는 것이 교감이요, 정이 아니겠는가. 요즘처럼 돈에만 집착하는 세상 풍조에서 더욱 잊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혼자서 살아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이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늙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면 그 인생이 초라하게 마련이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음만이 아니다. 늙어서도 한결같이 자신의 삶을 가꾸고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화사한 봄의 꽃도 좋지만 늦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에 피는 국화의 향기는 그 어느 꽃보다도 귀하다.

비단 홀로 사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 누구나 주위에 많은 사람을 두고 살지만 결국 귀착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나를 소중히 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소중하게 생각하기 힘들다. 나이들수록 나이듦에 슬퍼 젊음에만 집착하려 하지 말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은은하게 늙어갈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삶은 순리대로 살아야 함을,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향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옮겨적고 싶으리만치 마음에 울림이 있는 책이다. 서늘해지는 날들과 더불어 나를 돌아보고 가슴 깊은 곳까지 따스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님께서 하시는 일의 표제인 '맑고 향기롭게'라는 문구처럼 내 생을 맑고 향기롭게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였음에 감사한다...마음에 감옥 하나 두어 홀로 틀어박힐 곳 하나 마련해두고 살라던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 그것은 혼자 있어 음습하고 쾌쾌한 공간이 아니라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는 나만의 공간이며 많은 것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는 공간이리라. 아마도 스님은 그렇게 몸은 좁은 공간에 벗없이 계셔도 마음은 더 넓은 곳과 더 많은 영혼들과 접한 채 다른 사람들이 수이 누릴 수 없는 즐거운 삶을 보내고 계신 모양이다...그게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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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아트 디렉터들....
잡지는 매거진이다
유정미 지음 / 효형출판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 "잡지는 매거진이다"는 잡지에 관한 책이지만, 잡지에 대한 모든 이야기(개론)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가르침을 받은 적도 없고, 분야도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선배이자, 선생이면서 실제로는 아무 관련도 없고, 앞으로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관련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잡지는 매거진이다"를 구입해서 읽은 건 2002년 아마 이 책이 나오자마의 일일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책에 관한 책은 나름으로 구할 수 있어도 잡지에 관한 책은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다. 저자 자신도 국내에서 잡지에 관한 책으로는 사실상 최초인 것 같다고 말한다.

서구에서 출현한 잡지(Magazine)의 역사는 대중문화의 출현,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출판 분야다. 저자는 잡지는 신문이 등장한 지 몇 십년이 지난 17세기 유럽에서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 잡지가 세계 최초는 아니고, 그 이전의 것도 존재하지만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후반부터이다. 영국에서는 1704년 다니엘 디포가 "리뷰"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잡지는 산업화와 도시화와 함께 출발했다는 점에서 대중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매체라 할 수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대중사회의 도래를 촉진했다. 잡지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저급한(교양없는) 문화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이유의 역사적 연원은 거기에 있다.

산업혁명의 자본 축적을 위해 강제(?) 동원된 과거의 농부들은 도시의 하부 구조를 이루는 노동자로 편입되어 살아가게 되었다. 강준만은 대중매체의 기본 원칙은 대중신문이 출현하고 널리 보급된 19세기 말경에 이미 확정되었고, 그 원칙이란 전체 수용자의 수를 보다 더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계층의 사람(대중)에 맞추어 매체의 내용을 꾸며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신문의 출현 얼마 뒤에 출현한 잡지 역시 대중 매체로서 똑같은 역할과 원칙을 지니고 시작되었다. 다른 한 편으로 19세기의 귀족과 지식인들은 부르주아의 출현으로 귀족 문화가 대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존재와 문화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고, 그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유정미 선생은 "산업혁명은 대중들의 의식을 깨우쳐 놓았고, 교육받은 중산층과 소수 기술 노동자 계층의 출현으로 새로운 형태의 잡지 출현이 가속화되었다"고 말한다. 잡지가 현재의 TV처럼 대중을 교육시켰다는 것은 물론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에듀케이션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욕망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측면이 더욱 강할 것이다. 값싼 주간지들은 대중교육에 영향을 주었고, 대중의 기호에 호응하며 그들의 기호에 맞는 흥미와 재미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초창기의 잡지들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내용을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시기의 잡지들은 대체로 묵직한 정치와 시사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었고, 현대적인 잡지의 출현은 20세기의 일이었다.

이전의 잡지들과 이후의 잡지들을 구분하는 명확한 구분을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포토저널리즘의 출현을 기점으로 해야 한다. 새로운 사진 기술의 개발은 잡지에서 카툰이나 캐리커처에 의존하는 방식을 밀어내고, 사진이 본문 기사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형태가 된다. 활자 중심의 잡지에서 시각 이미지를 강조하는 잡지 스타일은 이때부터 출현하게 된 것이다. 편집자(editor)와 사진가(photographer), 아트 디렉터(art directer) 사이에서 잡지의 편집과 스타일 결정권을 놓고 헤게모니 쟁탈전이 벌어진 시기도 역시 이 무렵의 일이다. 포토 저널리즘의 대명사격인 "라이프(Life)"가 사진작가 유진 스미스와 라이프 편집자 사이에서 벌어진 불화는 그 쟁투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미스가「라이프」지를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Albert Schwitzer>란 작품 때문이었다. 이유인즉 스미스가 슈바이처 박사를 찍을 때의 의도는 그의 전형적 이미지인 "아프리카의 성자"로 바라보는 슈바이처 박사라는 입장에서 촬영에 들어간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 슈바이처의 관점으로 표현하되 다만 그의 생명경외 정신,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 것인데 편집자가 마음대로 사진을 선별하여 트리밍에서 레이아웃까지 고쳐 작가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활자에서 이미지로 잡지의 주도권이 넘어가던 시기에 이미지 제공자와 활자 중심의 편집자 사이에서의 충돌을 완화시키고 대중에게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측면에서 아트 디렉터(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요구되었다.

이 책에서 유정미 선생이 개인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가 사랑한 아트 디렉터"들은 바로 그런 시기에 출현하여 잡지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한 대가(역사적인 측면에서)들이다. 그들은 "하퍼스 바자"의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보그"의 "알렉산더 리버만", "iD"의 "테리 존스", "롤링스톤"의 "프레드 우드워드", "컬러즈"의 "티보 칼만", "더 페이스"의 "네빌 보르디", "레이건"의 "데이비드 카슨" 등이다. 유정미 선생은 이들의 재미난 일화들과 더불어 이들이 속해 있던 잡지, 시대상, 역할 등을 흥미진진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엮어내고 있다. 사실 이 부분만 해도 본전은 뽑는다.

어느 조직이나 영역이든 역할이 겹치는 부분에서는 당연히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편집장(chief editor)과 아트 디렉터(art directer)의 역할에도 그런 부분이 있다. 위에서 언급된 잡지들은 시각 이미지를 주로 다루는 패션 잡지들이므로 당연히 아트 디렉터의 역할(종종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들도 많다)이 더 커진다. 그러나 잡지란 것이 저와 같은 패션 잡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하지만 사실상 잡지의 본령이라 할 수는 있다) 그래서 뭉뚱그려 다뤄지는 편이다. 대개 잡지의 구분은 어느 영역을 주로 다루는 가에 의해서도 나눠지지만, 매체가 언제 발간되는가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주 단위로 발간되는 주간지 "한겨레21, 시사저널" 같은 매체들, 월 단위로 발간되는 월간지들, 그리고 계절 단위로 발간되는 계간지들, 1년에 두 번 나오는 반연간지, 그리고 1년에 한 번 나오는 연간이 있고, 시시때때로 내는 무크지가 있다. 아마 이 방면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대체로 잘 아는 내용일 것이다.

이 가운데 주간,월간과 계간지는 매체 특성 자체가 다르다. 주간, 월간이 대중적인 잡지라면 계간지는 좀더 특수한, 혹은 전문적인 지식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주간이나 월간의 성격과는 일정하게 다르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겐 익숙한 매체는 아닌 셈이다. 주로 문학과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잡지들이 계간지인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잡지는 매거진이다"에서 "매거진"을 잡지가 아닌 연발 사격이 가능한 자동소총의 탄창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자면 주간지는 기관총, 월간지는 기관포, 계간지는 대포 격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비유가 좀 잔인하긴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살상한 건 기관총이었듯, 90년대 초반 주간지의 파워가 거셌었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신문, 주간지 등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트 디렉터의 몫이 일정하게 필요한 잡지는 물론(계간지나 연간지에도 존재한다면 좋겠지만) 주간지, 월간지들이다. 이 책 역시 그런 잡지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타이포그라피와 아트 디렉팅 등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잡지의 미래와 국내 잡지의 역사 등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지식도 넓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좋은 도판들도 많이 들어 있고).

저자는 아트 디렉터의 시각에서 잡지를 바라보고 있지만, 내가 처해있는 상황과는 좀 다르기 때문인지 과거의 일화 한 가지가 생각난다. 내가 편집을 처음 배운 것은 잡지가 아니라 광고를 통해서였다. 광고 역시 아트 디렉터의 몫이 작지 않은데, 문제는 그 당시만 하더라도(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아트 디렉터란 개념도 불명확하고, 역할 분담도 모호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트 디렉터와 기획자(AE) 사이의 의견이 불일치할 때다. 광고는 컨셉인데, 기획자가 요구하는 컨셉을 실현시켜주어야 할 아트 디렉터의 디렉팅이 마음에 안 들때, 광고 시안은 두번이고, 세번이고 반복된다. 하지만 시안이란 것도 좋은 것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광고주(클라이언트)들은 컨펌(confirm)하는데는 끝도 없이 늘어지면서도 이쪽은 최대한 쪼는 것이 장땡인 줄 알기 때문에 마감은 늘 임박해있다.

며칠씩 밤새우며 컨셉 짜 주었는데, 그걸 이미지화 해주어야 하는 아트 디렉터가 전혀 낯선 이야기를 들고 올 때는 환장하는 거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고, 게다가 활자쪽 아해들 눈에 이미지 다루는 인간들은 뭔가 괜히 멋이나 부리는 족속(의상부터가 다르다니깐)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서로 다른 세계의 인간들인 거다. 즉, 활자 다루는 인간들은 글자부터 보이는데, 이미지 다루는 사람들은 글자도 하나의 그림 내지는 라인, 면으로 먼저 보인다. 그래서 광고 카피가 좀 길다 싶으면 그 내용은 안중에 전혀 없고, 잡아 늘려달라, 줄여달라하고... AE는 카피라이터와 아트 디렉터 사이에 끼어 죽을 지경이 된다. 하여간 그렇게 마감 임박해서 아트 디렉터와 싸우고, 또 싸우고 해서 결정된 시안을 이제 막 완성하려는데 맥킨토시가 나가 버렸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당시의 맥킨토시는 시스템이 상당히 불안정해서 이런 일들이 종종 빚어지곤 했다.

절망한 우리들은 모두가 퇴근한 빌딩에서, 디자이너 친구들이 취미로 가지고 놀던 BB탄 소총을 가지고, 서로 죽지 않을 만큼 BB탄을 쏴대며 다이하드 게임을 했다. 아마, 서로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던 건 아니었을까 . 너무 고생스러웠기에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긴 하지만 그래도 간혹 그 시절이 그립다...  그때 일러스트 하나만 달라고 그렇게 떼 써도 안 주던 일러스트레이터 겸 디자이너 형과 포토그래퍼, 그리고 함께 일했던 친구들... 그리고 지금은 방송작가가 된 웬수 같은 선배.... 그땐 정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는데, 지금은 여전히 그 일은 싫어도 그들이 지금도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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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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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적색경보다. 대박이다. 이 책을 안 읽는 사람은 바보다. 물론 잘 먹고 잘 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바보. 이상하다고? 경제경영서나 처세서를 읽어야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거 아니냐고? 뭐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다가 맞다.

진중권. 이름은, 이름의 소리값은 어딘지 무겁다. 하지만 그 묵직한 소리값들을 배반하듯 그의 행보 경쾌하구나. 오늘 알라딘에서 지나가다가 이 책과 슬쩍 마주쳤다. 슬쩍 마주쳤는데, 쾅하고 부딪쳤다. 대단하다. 진중권. 액면 그대로 정말 재기발랄한 미학자, 정말 지적 산타클로스 같구나. 진중권 미학의 결정판이 아닐까 싶다. 아 물론, 젊으니 또 더 재밌고 좋은 책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진중권의 미학 책들이 매우 높은 순도와 함량을 지녔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역시 진중권이다 싶은 느낌을 준다.

퇴근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술을 한잔 마시기 전에, 약속시간을 어겨가면서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서둘러 구입했다. 그리고 술병을 빠는 내내 이 책을 그렸다. 읽고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차간에 앉아 헤롱대는 눈으로 눈깔이 종이 위로 떨어져라 하는 기분으로 몰두하며 책을 보았다. 생전 보도 못했던 훌륭한 그림들과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이 많은 자료들을 이렇게 잘 주물럭거리다니. 정말 놀이를 이야기하는 책에 걸맞게 유쾌하고 즐겁다. 아무튼 일단 이 책을 직접 들춰봐라...읽고플 거다.

이 책을 보고도 심심한 사람은 정말 제대로 놀 줄은 모르는 얼간이다. 이 책을 못 보고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은 진짜 유쾌하고 즐거운 한 세상을  놓치고 있는 사람이다. 정말 미적 쾌감을 준다. 나름의 뚜렷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진중권은 허랑허랑 이리저리 장난을 치는 듯했다. 언제나 늘 그랬다. 일부에선 저 인간이 진정성이 있는 인간인가 하고 의구심을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버다 싶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가 어떤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스타일은 그가 지닌 물질적 바탕을 이야기는 것이다. 그의 정신적 제스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너무 잘 논다. 진짜 좋다.

이 책은 너무 잘 만들어진, 너무 잘 씌어진 책이다. 이런 책이 출간됐다는 것에 경탄하고 질투한다. 나도 책 만드는 사람인데, 이런 인간의 책을 내가 만들어보고 싶은데......자 이제 들떠서, 혼자 방방 뜨지 말고...차분하게 독서를 하자...차분하게 지적 유희를 즐기자...만만하지 않은 놀이...늬도 같이 놀자!!!   

별 다섯 개? 어림없는 소리! 진중권, 그대의 이 책에 미리내의 별무더기를 몽땅 주마...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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