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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수업 - 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평점 :

<감수성 수업>에서 정여울 작가님은 에고 ego가 아닌 셀프 self를 지향하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에고를 강화하는 욕심은 남과 경쟁해서 이기려는 열망을 부추기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셀프는 '내가 나다움을 회복하는 마음' 즉, '개성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셀프는 '감수성'이다. 그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며, 문학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선에서 얻은 가치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독일어로 당신을 위한 감수성 수업(Die Sensibilitätklasse für dich)이라고 적힌 표지는 이쁜 색감과 함께 노랑머리 여자아이가 턱을 괴고 있다.
따분해 보이기도, 심통이 난 것 같기도 한 아이의 표정은 나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하나의 소재로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조금씩 시간 날 때 읽기에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의 생각에 공감하고, 또 그 안에서 깨달음을 얻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르게 읽힌다.
심지어 에세이 속에는 여러 문학작품 등 다양한 작품 또한 함께 다루고 있어, 궁금증이 생긴 작품들은 다음에 읽기 위해 메모를 해가며 읽었다.
특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은 109페이지에 적힌 "슬픔은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이었다.
작가님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슬픔을 통제하지 말라는 뜻에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위 문장이 슬퍼하는 것과 슬퍼하지 않는 것 모두에 해당한다고 느꼈다.
다수의 사람이 슬퍼하면 나 또한 슬퍼보여야 하는 것, 다수의 사람들이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하면 나 또한 담담해야 하는 것에 항상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그러지 않아도 말해주시는 듯했다.
나만의 눈부신 언어를 찾아 수줍은 꽃봉오리를 활짝 터뜨릴 날을 꿈꾸라는 작가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끝으로 책장을 덮으며,
나는 '모든 사람의 눈치를 보는 싱클레어'가 아닌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졌다.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에파누이스망'을 찾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맘에 드는 구절>
"에파누이스망은 행복으로 충만해진 자아의 느낌, 궁극의 기쁨에 사로잡혀 계속 그 상태에 머물고 싶은 눈부신 희열의 상태를 뜻한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꽃봉오리가 충분한 햇빛을 받아 활짝 피어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시간'임을 자각한 상태인 것이다."
"에고와 반대편에 있는 셀프에, 나는 '내가 나다움을 회복하는 마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하여 애도는 죽은 대상만을 향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살아남기 위해 과거의 나를 죽여야 할 때도 애도가 필요하다."
"슬픔은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가 닥쳤을 때 중립을 지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 자유'는 필연적으로 제한되어야 하지만,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자유'만큼은 아무리 쓰고 또 써도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자원으로 남겨두고 싶다.
<감수성 수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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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