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떨까?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를 통해 핀란드의 까칠한 노인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와 문화를 보면서,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다른 사람들의 눈에, 관점에 나는 어떻게 비춰질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는 쉽게 읽히면서도 전해주는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강렬하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손녀를 만나기 위해 평창올림픽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럼프가 바라본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하는데, 그 말 중에는 위트 있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깊게 생각할 부분도 제시해 준다.

 

괴자 노인 그럼프 시리즈는 핀란드의 작가가 지은 소설 형식으로 이미 핀란드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흥행을 했다고 한다. 그럼프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위트 있는 글 솜씨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의미하는 것을 들어라"라고 말하는 뼈 있는 대목도 한몫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머나먼 핀란드의 노인 그럼프에게는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는 풍경이 될 수가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서로 다른다는 부분을 인정을 한다.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에서는 그럼프를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프 또한 이상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 이렇더라'라고 얘기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 내가 살고는 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까지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에게도 익숙할 뿐이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프는 위트와 유머가 많은 노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만사에 투덜대는 듯하지만 그런 말 가운데 뼈가 있기도 하다.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의 대립을 두고 아래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화면에 대고 말다툼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허풍쟁이들은 당장 사우나 뒤로 데리고 가서 주먹으로 정수리를 비벼주고 팔을 살짝 비틀어주고 일주일 동안 맨밥만 먹여야 한다 ~~ 내버려 두면 화만 키우게 되고 허풍쟁이의 주먹은 야구방망이가 되었다가 수소폭탄이 될 것이다. ~~

 

또 정답을 가르쳐주기보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키 선수들은 항상 자기 스키를 타하고 정치인들은 서로를 탓한다. 아이가 탁자 모서리에 머리를 박으면 그 모서리를 탓하는 것처럼. 나는 핀란드인에게도, 스웨덴인에게도, 러시아인에게도 스키를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케코넨에게 스키 만드는 법을 가르쳐줄 수는 있다.

 

그럼프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다른 의미를 두지 말라고도 얘기한다. 영웅이라고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동안 선입견을 두고 타인을 보지는 않았는지, 오히려 부담을 주거나 내 안에 잘못된 습관이 박혀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게 됐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기 된 이유에는 아래와 같은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럼프를 통해 제대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5분 동안 뛰어오르고, 미끄러지고 ~~ 선수들은 아주 작은 스텝에도 신경을 서야 하는데 ~~ 피겨 선수들은 혼자 모든 관중들의 시선을 상대하면서, 불가능에 가까운 온 국민의 기대를 짊어져야 하며 ~~

 

[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는 사진이 잘 어우러져 있어 읽기가 편한 뿐더러 그 당시 상황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 앉아있는 모습이며 광화문을 찾는 장면 등이 때로는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매번 가던 곳이라도 그럼프의 느낌을 보고 나서 다시 찾게 되면, '아 저거는 왜 저렇게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기 때문이다. 책 후반부에는 그럼프가 다녀갔던 곳을 사진에세이 형식으로 나와 있어 그의 여행기를 더욱 공감할 수도 있다.

 

#책속에서

 

그럼프들은 이런 것을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툽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의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내가 말하는 것을 듣지 말고 내가 의미하는 것을 들어라."~~ p8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아야 한다. p20

 

간격은 오르막에서 생긴다. 인생에서도, 노르딕 스키에서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그렇다. 오르막이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자가 이긴다. 내리막은 스키를 못 타고 빠르고 손쉽게 내려갈 수 있다. p26

 

왜 커다란 아이스링크의 빙판은 얼리면서 관중석은 따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동계 올림픽은 겨울 같은 환경에서 해야지, 청년회관에서 하는 것은 아니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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