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가정부 조앤
로라 에이미 슐리츠 지음, 정회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 가정부 조앤
로라 에이미 슐리츠 지음, 정희성 옮김
세종서적, 2017년 7월 7일 초판발행

'어린 가정부'라는 다섯 글자를 통해 이 작품이 슬프겠다, 아프겠다, 씁쓸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가졌다.
하지만 조앤 특유의 밝음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긍정을 떠올리며 마음 따뜻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린 가정부 조앤]이 단순히 어린 소녀의 가정부 생활만 다루었다면 그저 그런 소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리고 따듯하지만 강인한 소녀 사랑스러운 조앤의 가슴 뭉클한 성장기"라고 소개하는
[어린 가정부 조앤]은 그녀의 마음가짐을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긍정의 힘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
때론 슬픔에 잠기거나 아픔을 겪는 나날도 있지만,
조앤 스스로가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더 나아가는 삶을 이끌어내는 그녀 특유의 희망찬 밝음이 이 작품을 따뜻하게 만들고 결국
조앤의 앞날을 밝게 비춰준다.

나는 '제인 에어'만큼 훌륭한 작품을 써서 이름을 날리고 큰 부자가 된 다음, 이 스티플 농장에서 벗어나 유럽으로 건너가서 라인 강변의 성들과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구경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자 울음이 저절로 멈추었다(본문 중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아무런 가치가 없는 아이라고 여기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는 생각~~~ 중략 ~~~ 내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꿋꿋하게 내 길을 갈 것이다(본문 중에서).


티플 농장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조앤,
그 당시 시대상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앤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다른 삶을 산다.
학교를 가는 대신에 집안일을 하고,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가족의 식사를 도맡아 한다.

여기서 조앤이 그런 일상에 빠져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린 가정부 조앤]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앤이 가정부 생활을 시작하면서 갖게 된 '재닛'과 겹쳐지면서 가슴 따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스티플 농장에서 고된 생활을 하던 조앤은 유럽에 있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스스로 꿋꿋하게 내 길을 간다고 다짐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어린 소녀에게서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라는 가장 보편적인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게 된 셈이다.

그 돈을 내 인생을 바꾸는 데 쓰겠다. 책이 있다면 그리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내 미래는 밝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오빠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빠는 그 사실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아빠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 알았지만, 오빠들까지 그런 줄은 몰랐다(본문 중에서).
마음이 아프다. 앞날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중략 ~~~ 이 집에는 꼴도 보기 싫은 남자들만 살 뿐 친구도 희망도 없다. 언제까지 이런 집에 갇혀 살아야 할까?(본문 중에서)


보통의 조앤 같은 나이라면 그냥 그 삶에 안주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조앤은 그러지 않았다. 스스로가 변화를 꾀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생각을 키웠고 그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에는 조금씩 삶을 완성해 나간다.
조앤이 특별해서는 아닐 것이다. 용기가 대단한 것도, 커다란 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조앤은 집을 나와 어린 가정부 재닛의 삶을 살게 된다.

'천성이 고운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난다?'
조앤은 길에서 만난 솔로몬을 따라 로젠바흐 가에서 가정부로 지내게 된다.
마땅히 갈 곳 없는 조앤에게는 잘 된 일이다. 그리고 로젠바흐 가 사람들도 따뜻한 사람들이다.
조앤의 심성이 고와서 이들을 만나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조앤은 재닛이라는 이름으로 로젠바흐 가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읽기를 얼마든지 즐길 수 있고 성당에도 다니면서 신앙심도 키워나간다.
때로는 가정부의 할 일을 넘어서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편안하게 잘 지낸다.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일기를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린다.

아~~ 일기! 언제 썼던 게 마지막인지?
[어린 가정부 조앤]을 읽으면서 일기를 다시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얼까? 

 

어느 것이 가장 좋았던 것일까? 결정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너무나 좋았고, 너무나 즐거웠다.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나는 지금 긴장한 가운데 마음이 들떠 있다.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 매일이 오늘 같으면 나는 기뻐서 죽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재닛은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만족할 줄 안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심성이 고운 소녀인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만을 위하지도 않는다. 물론 본인이 나서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나서 혼이 나기도 하지만,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모두 잘 됐다.
솔로몬도 그렇고 데이비드 또한 자신의 바람처럼 유대인 학교와 그림 공부를 할 수가 있게 됐다.
어쩌면 조앤과 재닛의 그러한 밝은 마음과 긍정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이어져, 그들 또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게 됐는지도 모른다.
 

 

데이비드와의 일이 온 가족에게 알려지면서 조앤은 로젠바흐 가를 도망쳐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그녀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토록 다니고 싶어 했던 학교를 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가정부 일도 계속하게 됐다.
오히려 모두가 잘 풀린 셈이다.
이는 조앤의 밝고 따듯한 심성, 그리고 희망찬 긍정을 늘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미미에게 고맙다고 했다. 새 일기장은 예쁘고 고급스러웠다.~~~ 중략 ~~~ 글을 쓸 때 누군가가 읽는 것을 의식하면 독자를 위한 글이 되는 법이다.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언제가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작가라면 독자와 교감할 줄도 알아야 한다(본문 중에서).

내가 학교를 다니기를 학수고대했던 엄마 그리고 애정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당당한 여성이 되라고 말했던 말카를 떠올린다. 나는 두 사람의 바람대로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어린 가정부 조앤]은 이렇게 조앤이 앞으로 더 희망적이고 밝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남기며 끝이 난다.   
1911년 6월 4일을 시작으로, 1911년 10월 2일까지 4개월 정도의 일기가 이렇게까지 큰 작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912년 9월의 일기가 마지막이지만, 1년 동안의 공백기가 남아 있다.
매일 일기를 쓴 것도 아닌데, 작품 속에 나타나는 기간이 수년에 걸쳐 있는 느낌이고 등장하는 갈등도 짦은 시간에 오갔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만큼 하루하루의 일기 속에 조앤의 속내 깊은 마음과 갈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어린 가정부 조앤]은 어린 소녀의 삶을 통해 우리를 빗대어 보게끔 만들기도 한다.
그냥 한 편의 감성적인 소설로 끝내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조앤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본받을 수 있다.
조앤의 뒷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아주 오랜만에 가슴 따듯하고 뭉클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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