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

칸트의 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1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3년 10월

칸트의 집!
왠지 예술적인 얘기가 나올 것 같고, 깊이있는 건축이야기들이 쏟아질 것만 같은 제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두 명의 칸트 이야기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람들과의 소통을 힘들어하고 하나에 몰입하면 그것에만 집착하는 17살 소년 나무와 늘 같은시간 바닷가에 나와 새들을 몰고 다니는 수상한 남자 칸트.
그 둘의 이야기를 15살 소년인 열무의 시선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소씨 성을 가진 17살 나무와 15살 열무가 항상 같은시간에 새를 몰고다니며 산책을 하는 소장님(열무가 지어준 별명: 칸트)을 만나 서로 마음의 교감을 느끼며 진정한 소통과 어우러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슴 따뜻한 책이랄까.
나무는 심각한 자폐증을 앓고 있다. 오직 새와 그림에만 집착하고 점점 그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아이. 그가 자폐를 앓게 된 이유는 뭘까? 그런한 배경이 나와있진 않지만 아마도 가정환경의 영향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부모님의 별거. 결국 엄마는 두 아들을 데리고 다 쓰러질것만 같은 집들이 빼곡한 외딴 섬으로 이사를 오게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미스터리한 건축가 아저씨 칸트.

열무는 형을 돌보면서 가끔 짜증도 나고 귀찮기도 하지만 형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끼는 귀여운 동생이다. 타인과의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나무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SNS등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소통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현실속에서 외로움과 진정한 소통에 고립된 현대인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고립된 외딴섬이라는 공간에서 나무는 미스테리한 건축가 칸트의 집을 다녀오고 나서 변화가 시작된다.

그를 만나면서 그들은 진정한 집이 무엇인지. 어떤집에서 살고싶은지를 이야기 하며 서로 교감하고 나무의 닫힌 문이 조금을 열리게 된다. 어느날 학교에서 강연을 하게 된 칸트는 집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세가지를 말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집을 그려보라고도 하고,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하기도 했다.
집이란 과연 무엇일까? 소설속에서 말하는 집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의식주의 하나로써의 건축물인 집도 있지만, 내 자아와 꿈의 공간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네가 어떤사람인 줄 알고 나면, 네게 필요한 집도 뭔지 알 수 있게 될 거다"

예전보다 많은것이 풍족한 지금,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풍족함 보다는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TV프로그램에서 나왔던 꽁트가 생각난다.

백수의 하루라는 꽁트였는데 하루종일 SNS에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올리며 허세를 부리는 그는 결국 백수였다는..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런 것들이 외로움으로부터 나오는 표현들이 아닐까란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고 소통인것 같지만 가짜 소통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씁쓸했다.
나무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는 아스퍼거 증후군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드러나느냐의 차이랄까.. 누구나 다 외롭고 소통하는데에 어려움을 느끼는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미스테리 건축가 칸트 소장님도...

외딴섬에서 미스테리 건축가 칸트 소장님과의 낯설고 이상스런 만남을 통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교감을 들여다보며 미소짓게 만드는 가슴 따듯한 소설을 읽고 나니 깊어만 가는 쌀쌀한 가을 밤 내 마음을 녹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