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드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영생을 미끼로 젊고 아름다운 모녀에게 다가온 정체 불명의 남자.
그로 인해 평온했던 가족 안에 깊이 감춰져 있던 불안이 드러난다.
백만 명의 인구가 밀집해 살고 있는 멕시코 시티. 그곳으로 옮겨온 유럽의 뱀파이어 이야기.
2004년에 발표된 단편집 <불안 사회>에 포함되었던 단편을 2010년 따로 떼어 재출간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결말이 아쉬우면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스토리가 탄탄했으면 좋으련만..
이제 막 재밌어지려니까 끝나는 기분이랄까.. 왠지 2편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블라드를 읽기 전까진 라틴아메리카의 작가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었다.(부끄...)
이 책의 저자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1928년 이름도 생소한 파나마라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아메리카 곳곳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고,
열여섯살때 멕시코로 돌아와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1958년 <공기가 청명한 지역>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활동했으며,
여러 작품활동을 통해 멕시코 문학상을 비롯해 스페인어권 최고의 상들을 휩쓸었다.
주로 멕시코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해 온 그는 정치 사회에 대한 시각 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 완벽한 구조, 실험적인 형식으로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았고, 라틴아메리카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설가, 문학 비평가, 시사평론가, 교육자등 다양한 직업에서 활동했으며, 프랑스 주재 멕시코 대사로 인명되는 등 정치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5월 15일 멕시코시티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그에 대한 소개를 읽고 나니 블라드에 표현 된 죽음에 대한 멕시코의 정세가 등장하는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블라드는 루마니아의 실제 역사 속 인물 <꼬챙이 황제 체페슈>라 불리는 블라드 3세,
혹은 블라드 더 임펠러가 뱀파이어로 환생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블라드 더 임펠러는 루마니아를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지켜낸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지만,
그는 세계 6대 살인마로 꼽힐만큼 잔인했으며 그로 인해 드라큐라의 토대가 됐다고 한다.
그의 잔인함은 이러하다. 10만명에 이르는 백성을 피에 굶주려 학살하고,
수만명의 포로들을 꼬챙이에 꿰어 적의 사기를 꺾었으며,
굵은 가시가 박힌 바퀴를 사람 몸 위로 지나가게 해 몸에 구멍을 내고,
장대를 깎아 만든 창으로 항문을 찔러 입으로 나오게 하는 처형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유능한 변호사 이브 나바로는 어느날 수리나가 사장의 은밀한 부탁을 받는다. 다른 직원들 모르게 그에게만 부탁했던 내용은
다름아닌 루마니아 귀족의 후계자이자 자신의 절친인 블라드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그녀의 아내 아순시온이 부동산 중개인이었기에 그녀의 아내와 함께 몇가지 특이한 조건을 갖춘 집을 구해주게 된다.
법적인 절차까지 모두 마친 그는 블라드를 만난 후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블라드는 한번도 본적 없는 아내 아순시온과 딸 마그달레나와의 돈독한 관계를 위해 자신의 딸도 동갑이니 만남을 갖고 싶다고 한다
더이상 발걸음 하기 싫었던 이브 나바로는 그 말을 무시해버린다.
몇일 후 수리나가 사장은 이브에게 그와 친하게 지내라고 압력을 넣고, 이브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블라드의 집에 방문한다.
첫 만남에 얼굴을 가리고 있던 블라드는 샤워한 후 알몸 그대로 나와 그를 맞이하는 등 뻔뻔스러운 행동을 여전히 계속했고,
집 천장에는 구멍이 뻥뻥 뚤려있으며, 식탁 위에는 동물의 내장만으로 요리한 역겨운 음식이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우연히 블라드의 옷장 안에서 자신의 아내와 딸의 사진을 발견하지만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데....
불쾌한 분위기에 술을 마시다 그대로 잠들어 버린 이브는, 다음 날 일어나서 저택 안을 살펴보다 수많은 관과 기이한 모습의 블라드를 발견한다.
블라드의 기이한 모습에 겁에 질린 이브는 회사 사장을 찾아가 블라드가 누구인지 캐묻는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폭삭 늙어 버려 죽기 일보 직전이 된 사장은 도리어 이브에게 서류 봉투 하나를 내민다.
사장이 건네준 서류 속에서 그는 경악할 만한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그동안 느꼈던 막연한 의심이 구체적인 불안과, 불쾌함, 공포감으로 번져 나갈 즈음,
이브는 아내와 딸의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알아차린다.

그 서류봉투 속 블라드의 정체는 꼬챙이 황제 체페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진정 꼬챙이 황제 체페슈는 뱀파이어 블라드로 환생한 것인가?!
사람의 생명과 영생을 미끼로 아순시온에게 달려 든 뱀파이어 블라드.
자신의 딸이 뱀파이어의 성적 노예로 영원히 살더라도 잃고 싶지 않은 욕심에 아순시온은 영생을 선택한다.
인간이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영생에 대한 욕망이 간절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난 그녀의 선택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브 나바로는 그녀의 선택에 괴로워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그런 상황이 왔을때 욕망을 억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블라드는 내가 생각했던 무서움과 책 속에서 담아내고자 하는 무서움과는 차이가 있었던 소설이다.
무섭다기 보다는 잔인하고 징그러운 쪽에 더 가까운 이야기.
라틴아메리카의 거장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블라드는 생생하고 디테일한 인물묘사와 함께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오싹한 소설이다.
내용이 조금 짧아서 아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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