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 어두운방

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 한낮인데 어두운방'..

바로 전작 _ '잡동사니'를 읽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둘다 같은 불륜을 소재로 한 책이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전작은 읽고 난 후 굉장히 찜찜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작품 '한낮인데 어두운방'은 제 3자입장에서 남,녀 주인공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들려주면서

불륜을 마치 10대 소녀의 풋풋한 사랑처럼 표현했기에 읽는 내내 남편이 등장하지 않는 한 그런느낌이 들지 않는 소설이었다.

찜찜한 불륜소설이 아닌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그려낸 미야코와 존스씨의 비밀스러운 떨림.

불꽃처럼 한순간에 타올랐다 꺼져버리는 사랑이 아닌 천천히 그리고 본인도 모르게 스며드는,

잔잔하면서도 반전이 있는 러브스토리다.

미야코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큼지막한 집과 경제적인 여유, 그리고 주변 이웃이나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가정주부다. 전형적인 현모양처라고 할 수 있겠다.

얌전하면서도 배려심이 깊은 미야코는 젊은시절 인기가 많았던 남편의 끈질긴 구애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 결혼한지 꽤 됐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그녀는 퇴근해 돌아온 남편에게 자신의 하루 일과를 들려주는것으로 마무리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듣는둥 마는둥, 자기 할말만 하는 이기적인 남편 히로시.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나와있지 않지만

추측하건데 결혼을 하고 나서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해지면서 나오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무심해도 너무 무심한 그녀의 남편...

배 부르고 등 따시니 딴데 눈이 돌아간다는 말이 있듯, 특별함 없는 그녀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미국인 존스씨라는 중년남성이 점점 자리를 잡아간다. 존스씨는 미국에 자녀도 둘이나 있고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별거중인 부인도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살아온 그는 객관적으로 보면 썩 좋은 남자는 아니다. 주변의 여자관계도 그렇고 그녀들과의 잠자리도 자연스럽다.

그런 그와의 잔잔하면서도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세상밖으로 조금씩 발을 내딛게 된다.

미야코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매너좋은 존스씨는 내가 봐도 여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남자처럼 비춰진다. 선수랄까?!

새장속에 갇혀지내듯 살아온 미야코에게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존스씨는 또다른 세상인 것이다.

어찌보면 가만히 있는 미야코를 존스씨가 흔들어 놓은 것.

처음에는 그를 , 그냥 좋은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미야코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존스씨의 밀당과 함께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두사람의 사랑이 불륜으로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물론 불륜이지만) 무관심한 남편의 모습을 중간중간 넣어줌으로써 에쿠니 가오리는 독자들을 안심(?)시킨다.

그럴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게끔..

처음부터 술술 잘 넘어가던 책장..

스펀지가 물기를 빨아들이듯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날 책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만들더니 어느새 끝을 보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그려진 약간의 반전이 현실을 반영한듯 씁쓸하긴 했지만.. 두 사람의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자꾸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한낮인데 어두운방 . 이 책 또한 자연스러운 끌림으로 읽게 된 책인데 그녀의 감성에 또 한번 빠져든것 같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