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데이비드 화이트 하우스. 이름부터 참 맘에 든다. 화이트 하우스라..좀 독특하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암튼 좋다.

이 작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이것저것 검색을 해 봤다.

신예작가인 그는 이 침대(BED)라는 데뷔작으로 영국 출판계에서 큰 화재를 몰고왔으며 여러 상을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 책이 다양한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됐다.

작가의 이름도 맘에 들었지만, 책의 표지 디자인도 너무 예뻤다. 잠옷(파자마)을 컨셉으로 해서 알록달록 색깔도 예쁘고, 침대라는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것 같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표지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TV다큐멘터리를 보는걸 좋아했는데 어느날 어마어마한 몸집에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고 움직일 수 조차 없는사람들의 일상을 접하게 됐고, 그들의 음울하고 무기력한 삶을 소재로 글을 써야겠다고 느꼈단다.

그래서 7484일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멜컴과 그의 가족 이야기_ 침대가 탄생한 것이라고..

실제로 작가는 런던의 한 서점 앞에서 침대를 가져다 놓고 그 속에서 일도 하고 ,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퍼포먼스를 펼쳤다고 한다. 작가도 참 특이하고 재밌는 사람같다. 맘에 든다.

어렸을 때부터 조금은 특이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멜컴은 늘 엄마의 보호와 주의를 필요로 하면서 살았다. 그의 그림자에 가려서 맬컴의 동생으로 불리며 이름조차 잃어버린 나는 형을 동경하지만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쓴다. 엘리베이터를 만들던 아빠는 탄광에서의 사고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맬컴에게만 오로지 관심을 쏟는 아내와는 사이가 점점 나빠진다. 엄마와 아빠는 맬컴때문에 싸우게 되고 가족은 점점 누구 하나 행복한 사람 없이 무너져간다. 남들과 같이 평범해지는 것을 두려워한 맬컴은 그의 여인 루와 동거하면서 지내다 아이를 갖고싶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스물다섯번째 생일 다음날 침대에 들어간 후 그 이후로는 절대 밖을 나오지 않게 된다. 그 시간이 7484일이다. 기중기로 침대와 맬컴을 들어내기로 한날까지의 시간. 이 책의 화자인 나는 형의 연인 루를 사랑하지만 그녀또한 자신의 엄마처럼 누군가를 항상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미국에서 그녀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마저도 잘 되지 않고 루는 아빠에게 돌아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방송에서 나왔던 나이많은 노부부가 생각났다. 물론 맬컴처럼 그의 아들이 뚱뚱하진 않았지만, 정신지체를 갖고 있었던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그 노부부는 자신의 아들이 어느순간 다른사람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되면서 마흔이 넘은 아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마치 영화 늑대소년에 나왔던 송중기처럼 목줄을 메고 어둠고 침침한 작은 방에 가둬놓고 보살핀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 아들 또한 목줄을 걸어놓은 그 공간말고는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벗어나려고 하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갇혀 지내다 보니 말도 잃어버리고 사회성이 점점 결여되어 마치 동물처럼 변해갔다. 모든 대소변을 받아내면서 시설에는 맡기지 못하겠다고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노모의 말을 듣고는 그녀의 잘못된 아들에 대한 사랑이 점점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들이 자신의 눈에 보여야만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그것이 아들을 살리는 길이라고만 생각했던 노부부는 사회복지사와 정신과 전문의 등 여러 사람들의 설득으로 결국엔 아들을 옭아매고 있던 목줄도 풀어주고 글씨도 다시 공부시키면서 조금씩 변화해 나가며 행복을 찾아갔다.

이처럼 맬컴의 아버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것 이라고 했던 말이 얼마나 잘못된 사랑방식인지.. 반대로 그 사랑이 그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 침대에서 알려준다. 그것을 나라는 '맬컴의 동생' 시점으로 이야기 해줌으로써 가족들의 행동을 관찰자 입장에서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잘 표현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독특한 가족,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간의 사랑과 인생의 행복을 되찾게 해주는 다소 어둡지만 중간중간 유쾌한 유머까지 더해진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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