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8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사는 집 근처에도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완공을 앞두고 열심히 공사중이다. 흙먼지 때문에 옆 아파트에서는 반발이 일어나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는데..내가 이사왔을 때엔 이미 1/3정도는 진행된 상태라서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안봐도 뻔했다. 재개발이란 좋게 말하면 오래된 집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돈 있는 사람들에게나 맞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부담금을 내지 못하면 말 그대로 쫓겨나는 것이나 마찬가지...그곳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니 말이다.

이사가는 날이라는 이 그림책도 주인공 소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강아지 랑이와 뛰어놀던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해 이사를 가야만 하는 소녀와 랑이..영등포 도림동에 있었던 재개발을 소재로 동네 한바퀴를 돌며 하나씩 사라져가는 추억의 흔적들을 마음속에나마 담으려는 애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정들었던 골목길이며, 성당의 종소리, 고양이 치루치루와의 이별..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어렸을때 살았던 곳에 10년이 훨씬 지나서 가봤는데 사라지지 않고 그집이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살지 않는것 같았다. 내가 드나들었던 나무문에 붓펜으로 썼던 내 이름이, 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때만 해도 집이 있었는데 최근에 공장지대로 바뀌면서 다시 가보니 우리집이 없어졌더랬다. 그 흔적들..사진이라도 찍어놓을껄..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허름하고 오래된 집이었지만 나와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겨있던 집..아차! 그때 우리집에 카메라가 없었나보다. 두번째 드는 아쉬움이다..아무튼 성인인 나도 우리집이 없어진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고 좌절감이 큰데..그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니 그저 웃을 수 만은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의 욕심이랄까.. 점점 옛모습을 잃어가는 도시들...동네들..집들...예쁘고 계획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좋지만 어지럽고 정리되지 않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들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다.
어느 동영상에선가도 나왔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는 장면의 하나로 자신이 사진 찍은 곳에 사진을 들고가서 끼워 맞추는 장면.. 전문적인 표현으로 뭐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설정이 참 좋은 것 같다고 생각 했었는데 요즘엔 오래도록 그곳, 그자리에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 사진에 대한 또다른 재미를 느끼고 추억하기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는 재개발이라는 것이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좋은 의미만 주는 것이 아닌건 분명하다.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어두운 그림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어른이 보기에도 좋은..이와 같은 경험이 있다면 두배 더 공감하고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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