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가진 프랑스 최고의 삽화가이자 작가인 장 자끄 상뻬. 작가소개에도 나와있지만, 정말로 인상이 좋은 것 같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왠지 푸근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의 외할아버지 같은 느낌이랄까..사실 그의 이름은'좀머씨 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 자신을 내버려두길 간절히 원하던,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다간 좀머씨.."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는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좀머씨 이야기는 장 자끄 상뻬의 삽화가 더해져 동화같으면서도 잔잔한 여운을 남겼던 책이었다..




암튼 얼굴 빨개지는 아이 또한 그의 서정적이면서도 순수함이 뭍어나는 동화같으면서도 아름다운 친구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굴이 빨개지는 병을 가진 꼬마 마르슬랭. 그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항상 빨간 얼굴을 하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외톨이었다.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고민고민 하지만 어느누구도 고칠 수 없는 병이었다. 그러던 중 아무 이유없이, 시도때도 없이 재채기를 해대는 희귀한 병을 가진 꼬마 르네 라토를 알게된다. 증상은 다르지만 그 둘은 서로 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마르슬랭을 르네를 위로하고, 르네는 마르슬랭을 위로하면서...(모르는것은 서로 알려주고, 가르쳐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말이다.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P.59

하지만, 르네의 갑작스런 이사로 둘은 떨어지게 된다. 서로의 소식을 모른채 시간은 흘러가고 둘은 성인이 된다. 어느날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바쁘게 올라탔던 만원 버스안에서 마르슬랭은 낯익은 재채기 소리를 듣게된다. 뜻밖의 장소에서 르네를 다시 만나게 된것이다. 오랜시간 떨어져 있었지만 익숙함이란 어쩔 수 없는것 같다. 신기하리만큼 감동적인 장면이다. 누군가와 오래토록 함께 하면 그들만 알 수 있는 뭔가 촉(?)같은것이 있다는데..이 둘을 보니 사실인것 같았다. 책 속에 빠져들어 읽던 중 가장 가슴이 찡한 부분이었다. 그 둘의 만남이 얼마나 기쁠지.. 장 자끄 상뻬조차 말로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둘은 예전보다 더 자주 만났다.

우리 큰아들 로베르 말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그 애도 별 이유 없이, 그렇게 재채기를 하는것 같아. 그것도 꽤 자주..이상하지..

그러게..이상하네..그 애가 왜 그러는지 나도 궁금하군, 근데 미셸도 마찬가지야 가끔 얼굴이 빨개지거든. 아주 빨개져. 참 신기하지..

잘 이겨 낼 거야. 그럼, 잘 이겨내겠지

-P.120

자신들을 닮아 얼굴이 빨개지고 재채기를 한다며 아이들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들은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있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컴플렉스를 갖고 살아가던 두 꼬마아이. 마르슬랭이 얼굴이 빨개지지 않았다면, 르네가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둘은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특이한 모습과 순수함을 갖고 있었기에 어른이 되서도 우정을 지켜 나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의 장 자끄 상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거다. 보통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하지만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고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도 서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당신 곁에 이와 같은 진정한 친구가 있나요? 진짜 친구?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 말뚝박기하고 인형놀이를 함께 했던 내 친구. 소식도 끊긴지 오래된 그 친구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궁금해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우린 서로 알아볼수 있을까? 아니 날 알아볼 수 있을까? 교복치마에 체육복 받쳐입고 교실 복도에서 함께 뛰어 놀며, 날 너무도 좋아해줬던 그 친구. 그때의 그 순수함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진정한 우정과 행복한 삶에 대해 설교하지 않고 나직막한 목소리로 가르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움크리고 있던 기지개를 펴듯. 봄날을 맞이하여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해도 좋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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