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김혜나의 소설은 [정크]가 처음이었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로 루저중의 루저인 성재에 관한 이야기.

책을 꺼내들고 젤 뒷장부터 읽었다. 이현우 서평가의 작품해설부터 말이다. 대충 서평을 읽고나서 본격적으로 글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첫페이지부터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깜짝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

27세 성재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생아에 동성애자에 비정규직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사회적 편견 3종세트를 떠안고있다.

그에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늘 술에 쩔어있는 엄마와 일주일에 두번씩 찾아와 식탁위에 만원짜리 몇장을 놓고 가버리는 아버지란 사람, 그리고 그의 오래된 연인 민수가 있다. 그리고 그처럼 성소수자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그의 친구 형민,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트렌스젠더 은주, 그리고 그의 지나간 옛 여자친구 미희가 등장한다.

성재가 성소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버지란 사람의 부재와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엄마의 무관심등 제대로 된 가정이 아닌 편모가정에서 성재는 어렸을때부터 엄마의 화장품을 바르며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동성애자들이 가는 클럽이나 극장, 찜질방을 전전하며 일회성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물뽕과 랏슈,케타민등 마약과 약물에 의존하며 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어렵사리 버텨나간다.

 

첩의 자식으로 살아온 20여년간의 시간도, 노래방에 나가 죽기 직전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와 하루종일 방바닥에 누워만 있는 엄마도,

일주일에 두번씩 집으로 찾아와 돈만 놔두고 떠나가 버리는 아버지라는 사람도 ,

그토록 매달려왔던 화장도, 그토록 매달려왔던 화장으로 취직조차 할 수 없는 현실도, 그래서 결국 싸구려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나 하고 있는 현실도, 모두 잊어졌다. -P.112

 

오랜 연인이자 치과의사인 민수는 스무살에 만나 2년여간 그와 사귄 동성애자다. 하지만 그는 미국 유학시절 돈 많은 부인을 만나 어여쁜 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평범한 남자처럼 살아가고 있다.

돈많은 부인에 그녀를 닮은 딸, 그리고 오랜 애인인 자기의 마음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그.

아버지란 사람도 번듯한 직장에 떳떳하게 성장한 두 아들, 멀쩡한 부인, 그리고 첩으로 둔 엄마까지 모든것을 가지고 누리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있지만 내 아버지가 아니었고, 애인이 있지만 내 애인이 아니었다...

 

그렇게 모든것을 가진 그들을 보며 성재는 또 한번 깊은 수렁속으로 빠지고 자학을 하기 시작한다. 왜 자신만 아무것도 갖지 못한채 남들에게 구걸하며 병신같이 살아가고 있는건지... 민수에 대한 성재의 집착은 오히려 그에게 독이 될 뿐이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더욱더 아파하고 자기 자신을 인간 쓰레기로 취급하며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순간에까지 이르게 된다.

 

나 따위 인간에게는 눈곱만치도 관심없는 그들에게 자꾸만 손을 내밀며 나좀 잡아달라고, 나 좀 받아달라고 애원해야하는 내 모습을 견딜 수 없었다. 이렇게 거지 같고 병신같은 모습으로는 잠시도 더 살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나는 제발 사라져 버렸으면, 죽어 없어져 버렸으면.....그렇게, 나만 없으면 , 나만 사라져 버리면, 모든게 다 좋아질 것 같았다. (중략) 방법은 오로지 그것 뿐이었다. -P.225

 

하지만 죽음이 모든 것을 해결 해 주진 않을 것이라는 순간의 깨달음으로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향해 뛰어들 준비를 한다.

  세상의 편견과 우리들의 무관심속에 루저들은 더욱더 외롭고 힘들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인것 같다.

자신의 탄생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인간쓰레기로 취급했던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은 성재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면에서 정크는 성장소설이라고 말 할 수 있는것 같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심장이 뛰기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이 많았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묘사했을까..의문이 들어 그녀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역시나 실제로 동성애자들을 만나 그들의 생활에 대해 인터뷰도 하고,

집필한 내용을 가져다 읽게 한 뒤 틀린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건소에 가서 에이즈검사도 받으며 그들이 느꼈을 사람들의 시선도 직접 느껴봤고,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했단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버텀이나 탑, 랏슈, 케타민, 홀을 탄다 등과 같은 그들만의 언어나 성적 묘사들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김혜나 자신도 첫 작품인 [제리]보다도 이번 작품 [정크]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라는 한정된 성소수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거라면서...

루저들의 초상을 그리는 동시에 정크들의 존재를 나타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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