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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ㅣ 세계철학전집 8
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3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세종대왕을 떠올리면 늘 완벽한 군주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왕, 흠잡을 데 없는 성군. 그런데 이 책은 세종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완벽해서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묻고 듣고 고치려 했던 ‘노력하는 인간’으로서의 모습이다.
이 책은 세종의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그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바라봤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세종대왕은 ‘법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법을 지킨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체면과 존엄이 훼손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왕이라는 절대적인 위치를 생각하면 더욱 깊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맞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이유로, 혹은 내 판단이 옳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 순간에는 문제를 바로잡는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관계를 조금씩 무너뜨리는 무례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진실을 아는 것’과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은 결코 같은 곳을 마주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도 깊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배려했지만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결국 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책은 그런 관계 앞에서 무조건 참고 붙잡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다시 ‘나’에게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의 말이나 후회에 흔들리기보다, 그동안의 시간 속에서 나의 마음이 얼마나 온전해졌는지를 먼저 돌아보라는 것이다.
읽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를 대할 때, 그 사람이 나를 떠난 뒤에도 ‘참 진심이었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인연이 이어지든 끊어지든,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진심으로 대해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
또 하나 기억하고 싶은 대목은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보통 좋았던 기억만 남기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부끄럽고 부족했던 순간을 함께 기록해야 지금의 나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종종 일기를 쓰며 나를 정리하곤 하는데, 그 시간이 단순한 감정 배출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현재의 위치를 실감하게 하는 성장의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세종대왕이 남긴 위대한 결과물보다 그 과정에 담긴 시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시선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읽고 나면 어떤 정답을 얻기보다, 내가 지금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스스로 묻게 된다. 당장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순간들마다 한 번쯤 더 멈춰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충분한 역할을 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