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
비오리카 마리안 지음, 신견식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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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심리언어학자다. 언어와 정신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평소 막연히 궁금했던 부분들을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 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읽어보니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들을 하나씩 다시 보게 만드는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는 모국어를 먼저 충분히 익힌 뒤 외국어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나 여러 언어를 한다는 건 특별한 사람들 이야기라는 인식, 그리고 뇌 건강에는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이런 통념을 꽤 분명하게 뒤집는다. 여러 언어를 동시에 접하는 것이 오히려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되고, 다중언어 사용은 일부의 능력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면 더 일반적인 모습에 가깝다고 한다. 룩셈부르크나 노르웨이처럼 인구의 90% 이상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나라가 많다는 점도 놀라웠다.

의외였던 부분은 여러 언어를 오가며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뇌에 엄청난 훈련이 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를 '저글링'에 비유한다. 서로 다른 언어 체계를 수시로 오가는 과정에서 뇌의 신경망은 훨씬 촘촘해지고 회백질 밀도는 높아진다. 덕분에 다중언어 사용자의 뇌는 똑같은 일을 해도 에너지를 덜 쓰는 '고연비 엔진' 상태가 된다. 실제로 다중언어 사용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 발병을 평균 4~6년이나 늦춰주는데, 뇌에 물리적 손상이 오더라도 남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일상을 유지하는 '인지 예비능'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학습의 문제를 넘어 노년의 삶을 지키는 강력한 방패가 된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인공지능과 번역기가 발달한 시대에 굳이 외국어를 공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저자는 단호하다. 번역기로 정보를 얻는 것과 직접 언어를 다루며 뇌가 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아무리 좋은 번역기도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신비로운 '신경학적 변화'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 공부는 지식을 얻는 수단을 넘어, 내 사고방식과 뇌의 구조를 스스로 재설계하는 과정인 셈이다.

돌아보면 그동안 취미 삼아 해온 영어 원서 읽기나 수학 문제 풀이가 단순한 여가 그 이상의 의미였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하듯 수학이나 음악 역시 사고를 확장하는 하나의 ‘코드’이자 언어라면, 나의 그 시간들은 뇌를 꾸준히 자극하고 단련하는 훌륭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뇌의 힘은 결국 스스로 언어를 다루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조금 멀어졌던 공부 루틴을 다시 일상으로 가져와야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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