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뇌과학 -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문제일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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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몇 년 전, 예전처럼 머리가 또렷하게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 뇌를 좀 흔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도전했다. 꼭 필요한 시험은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 집중해서 많은 내용을 넣고 꺼내는 과정을 반복하면 뇌가 다시 살아날 것 같았다. 실제로 1급을 따긴 했으나, 그때의 나는 뇌를 깨우는 방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한다. 뇌는 무언가를 더 많이 넣는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잘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깨어난다는 것이다. 보고, 듣고, 맡고, 만지는 감각이 외부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꾸면, 뇌는 그 신호를 해석하며 작동한다. 결국 뇌는 감각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유기체인 셈이다.

가장 의외였던 건 향기가 뇌를 깨운다는 내용이었다. 시각이나 청각 정보는 분석 과정을 거치지만, 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로 직행하기에 추억이 즉각 소환된다는 것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후각 상실이 뇌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실제 땅콩버터 테스트가 치매 조기 발견의 단서로 연구된 사례처럼, 익숙한 커피나 김치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직접 냉장고 속 향기들을 확인해 보았다. 평소 냄새에 예민한 편이라 아직은 구분이 쉬웠지만, 노화와 함께 후각이 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니 뇌 건강을 위해 좋은 향기를 곁에 두는 습관을 꼭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에 관한 연구 결과 또한 큰 희망을 주었다. 기억이 완전히 삭제된 것이 아니라 뇌 어딘가에 저장된 정보를 꺼낼 '열쇠'를 잃어버린 상태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정보가 사라진 게 아니라면 과학의 발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진행 중인 뇌 지도 프로젝트들이 더 진척되어 치매라는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집안일이 고도의 뇌 훈련법이라는 사실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그동안 가사 노동을 가족을 위한 희생이나 고단한 일로만 여겼는데, 재료를 준비하고 순서를 기억하며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과정이 사실은 뇌의 실행 기능을 강화하고 신경망을 촘촘하게 유지해 준다고 한다. 그동안 집안일의 가치가 너무 과소평가된 것 같다. 뇌를 늙지 않게 하는 실천적인 방법인 만큼, 앞으론 뇌 운동이라 생각하며 더 재미있게 꾸준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소통하는 뉴런 덩어리'다. 뇌는 갇혀 있는 기계가 아니라 경험과 관계를 통해 평생 완성되어 가는 유기체다. 공부로 뇌를 채우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내 감각이 즐거워하는 일에 더 집중해 보려 한다. 향기로운 커피 한 잔,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 고사양의 뇌를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우리 곁의 사소한 감각들을 다시 발견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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