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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2026 - 인공지능 진화의 가속화부터 AI 기본사회와 일자리의 미래까지 멈추지 않고 인간 세계를 압도하는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6년 3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요즘은 어딜 가나 AI 이야기를 한다. 지인들과 모인 커피 모임에서도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써봤는지 가벼운 대화들이 오가곤 한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AI가 꽤 괜찮은 보조자 정도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나 또한 요리를 하거나 TV를 볼 때 마주치는 낯선 경제 용어, 혹은 최근 뉴스에 나오는 생소한 국제 정세 용어들을 AI에게 묻곤 한다. 예전 같으면 일일이 검색하고 관련 기사를 찾아 헤매야 했을 일들을 AI가 맥락까지 짚어 설명해 주니,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나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곁에서 이렇게 다정하게 일해주는 모습 뒤로는, 사실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시대를 읽어주는 전문가로 신뢰해온 저자 박태웅님의 이번 신간이 기대되었던 이유도 그 이면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개정판의 후반부를 쓰는 동안 이미 앞부분이 낡은 소식이 되어버려 원고를 다시 고쳐 써야 했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의 변화 속도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임을 실감하게 한다.
100년에 걸쳐 진행됐던 1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몸을 대신했다면, 이번 혁명은 단 10년 만에 인간의 마음을 대신하려 한다. 삽질 대신 포크레인이 들어온 것보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들어온 지금의 상황은 훨씬 압축적이다. 특히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박사의 경고는 그냥 무서웠다. 초지능이 등장하면, 인간이 AI를 통제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고, AI가 자신의 스위치를 끄지 못하도록 인간을 기만할 수도 있다는 진단. 무슨 SF영화도 아니고, 현실의 석학이 내놓은 분석이라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한 수순인 것 같은데, 이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맞나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기술의 운전대를 쥔 엘리트들의 생각도 꼭 읽어봐야 할 대목이다. 피터 틸 같은 인물은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이 더 이상 양립할 수 없으며,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다. '빠르게 행동하고 나중에 용서를 구하라'는 그들의 태도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데이터 탈취도 서슴지 않는 위험한 윤리관을 보여준다. 정작 AI에게 어떤 기준을 가르치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나를 믿어달라'고만 하는 이들에게 우리 인류의 미래를 온전히 맡겨도 되는 것일까.
숙련된 시니어가 AI의 도움으로 주니어 여럿의 몫을 해치우며 신입 채용이 멈춰버린 '침묵의 해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그 목적에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일론 머스크나 샘 올트먼은 돈이 필요 없는 풍요로운 미래가 올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치지만, 정작 그들이 공들여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 길로 가는가' 하는 문제다. 역사상 부의 재분배가 저절로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거대 기업에 세금을 걷는 일조차 국가 간 갈등으로 쉽지 않은 마당에, 그런 장밋빛 미래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야 있나.
특히 한국의 상황은 더 절박하다. 저자는 한국이 돈, 사람, 데이터가 부족한 '3중고'에 빠져 있다고 꼬집는다. 2026년인 지금도 보안을 이유로 공무원들이 모바일 업무를 보지 못하고, 클라우드 활용도 가로막힌 낡은 제도들은 AI 시대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다. 부처마다 데이터를 움켜쥐고 내놓지 않는 칸막이 문화가 계속되는 한, AI는 그저 비싼 장식물에 그칠 뿐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우리가 인공지능 문해력(AI 리터러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모르면 토론할 수 없고, 소수 엘리트가 정해놓은 방향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인공지능을 쓰며 맥락을 공유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 의도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AI의 답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팩트체크를 요구하며 단계를 밟아 답을 찾아가야 한다는 그간의 AI 관련 서적들이 강조해온 활용법을 나름 실천 중이다. 한 번에 정답을 얻으려 하기보다 이렇게 세밀하게 조율해가는 과정이야말로 AI와 함께 살아가는 핵심임을 체감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을 설명하는 입문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 발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려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책이다. 1년 뒤면 또 옛날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책을 통해 갖춘 베이스는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중심을 잡는 든든한 기초가 될 것이다. AI가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는 결국 우리가 이 변화를 얼마나 제대로 읽어내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